취재의 추억

사진기자로서 다닌 많은 취재들은 모두 내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들로 남아있다. 특히 사회 약자 계층이나 소수층, 혹은 그들을 돕는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인지 그들에 대한 취재기억들은 더 깊이 마음속에 있다. 재활병원을 취재하면서 그곳의 얽히고 1설킨 문제들을 현장에서 접해본 일이나 그토록 만나보고 싶던 호스피스를 만났을 때의 설렘, 눈이 보이지 않는 음악가를 만난 일 등은 잊지 못할 귀한 경험이다. 사회복지학과인 나의 전공과도 관련된 이러한 취향 때문일까. 「연세춘추」1538호에 실렸던 ‘애란원’기사도 기쁜 마음으로 취재에 임했다.
2주 정도 기사를 준비하면서 현재 우리나라 미혼모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취재당시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니까 보여주는 거야”하시는 원장님의 안내에 따라 애란원 시설을 모두 돌아볼 수 있었고, 아기를 재우거나 달래는 미혼모를 만나볼 수도 있었다. 얼굴은 앳됐지만, 그들의 모습은 아기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사실 취재하기 전에는 나도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원장님과 마주앉아 미혼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미혼 임신문제의 원인은 대부분 개인의 잘못이 아닌 사회문제나 가정환경의 문제인데다가, 산모는 심한 고통과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미혼모 문제는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의 과제 중 하나가 분명하다는 것을 느꼈다.
내 ‘취재의 추억’에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당연히 사진을 찍은 기억이다. 애란원을 들어서면서 ‘음 정문에서 단체사진을 찍으면 좋겠다. 원장님은 본인 혼자 부각되는 걸 싫어하시니까 독사진은 찍지 말아야지.’ 마음속으로 계획하고 머릿속 신문지면위에 그렸던 사진은 취재와 사진 선정 및 제작의 여러 단계를 거쳐 신문에 기사로 실리게 됐다. 
애란원 취재를 마치고 나오며 원장님께 “앞으로도 이 인연을 놓지 않고 봉사도 하러 오고 후원도 하겠다”고 인사했다. 또다시 취재 하나를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하며 마음속으로 한 번 더 ‘또 하나의 좋은 추억 만들고 갑니다’하고 인사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고 문제의식을 갖게 된 깨달음의 추억, 피사체와 렌즈 하나를 가운데 두고 만들어나가는 추억, 밤새며 기사를 쓴 추억 등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추억들.
언제나 ‘‘취재의 추억’을 아름답게 만들어야지’하는 생각에서 나오는 긴장감으로, 또 기도하는 마음으로 취재 장소에 간다. 그러면 자연히 최선을 다해 열심히 취재에 임하게 된다. 사진 신청이 들어오면 또다시 나는 기쁘게 카메라 ‘주워들고’ 달려갈 것이다. “취재요? 새로운 추억 만들러가요~!”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