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 신한솔 동문(문리영문·91)

양재역 한복판에 있는 아담한 커피숍. 그 커피숍에서 조명이 가장 밝은 부분에 창가를 등지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이 있다. “기자들 사진 찍기 좋으라고 배경을 고려해서 여기 앉았다”며 환하게 웃는 신한솔 감독. ‘피똥 싼다’라는 한마디로 4백10만 관객들에게 ‘싸움의 기술’을 전수해 준 신한솔 동문 (문리영문·91)을 만났다.

나만의 암실, 영원한 멘토 교수님

영화감독의 영문학도 시절 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전공을 공부한 것에 대해 신 동문은 “영문학 공부를 하면서 배운 문학과 상상력이 영화감독이 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얘기했다.  그 어렵다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수석으로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대학에서 공부한 문학비평을 비롯한 전반적인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특히 신 동문은 “교수님들과 가졌던 두터운 유대관계가 영화를 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됐고, 디딤돌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자신을 ‘교수님을 괴롭히는 학생’이었다고 고백했다. “교수님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고 직접 쓴 시도 보여드리고 싶어 3~4시간씩 교수님을 기다리기도 했다”는 신 동문이 감독의 길을 걷게 된 데도  교수의 영향이 가장 컸다고 한다. 바로 김명복 교수(문리영문·영시)다.


김 교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신 감독에게 자신의 교수실 한켠을 암실로 선뜻 내줬다. 신 동문은 “교수님이 일하시는 공간을 쓰게 해준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유난히 사진을 좋아하시는 교수님의 배려와 미술·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조언으로 사진작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얘기했다. 신 감독은 “교수님들과의 친분은 말로만으로도 설레는 것인데 요즘 학생들은 교수님들과 학업적인 면에서만 교류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멘토가 되는 ‘스승’을 꼭 찾으라고 당부했다.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

훌륭한 은사 아래에서 대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전문적인 영화 공부까지 마친 신 동문은 드디어 첫 영화를  제작했고, 그것이 바로 영화  『싸움의 기술』 이다. 처음 찍은 영화가 힘들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 “좋은 영화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설렘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직접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싸움의 기술』의 주인공 병태는 왕따고, 그의 영웅인 판수 역시 다른 사람에게는 삼류인생으로 여겨지는 인물이다. 하지만 병태에게 있어서만은 판수가 일류인생으로 보이듯이 아무리 보잘것 없는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기 마련이다. 신 동문은 “모든 조건을 갖추고 특별한 능력이 있는 사람만 영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면에 감춰져 있는 영웅적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동문에게는 ‘은사’라는 영웅이 있었고, 이는 그의 내면에 있던 영웅적인 면모를 이끌어 내게 하여 그의 첫 영화의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그에게 학교에서 배운 영문학 공부는 창의력을 불어넣어 줬고, 교수님의 가르침은 양념이 됐으며 영화아카데미에서 배운 영화기술은 조리기구가  됐다. 이 모든 요소들이 삼위일체가 돼 지금의 신 감독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진해랑 기자 jinhr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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