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영어를 듣는 ㄱ양은 시험시간에 옆자리의 친구에게 답안지를 보여준다. 공부를 못했다며, 객관식 문항이 많으니 도와달라는 친구의 부탁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험 감독이 허술해 친구는 유유히 답을 베낀다. 이는 유독 ㄱ양의 경험만은 아니다. 김아무개군은 지난 학기 중간고사에서 옆에 앉은 학생이 컨닝하는 모습을 봤다. 김군은 “전공과목도 아닌 학부과목이고, 대형강의실에서 시험을 쳐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김군은 이어 “한 강의 시험시간에도 몇몇의 학생이 적발됐다는데, 사실 그 학생 말고도 컨닝한 학생은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컨닝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부정행위’임에도 별다른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학생들의 안일한 태도는 더 큰 문제다. “컨닝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컨닝을 하는 학생은 거리낌 없이 한다”, “안 베낀 사람이 손해라는 게 전체적인 분위기라서, 컨닝한 학생들에게 따지기도 어렵다”는 말에서 그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강의실 책상에 빼곡히 적혀있는 필기 내용도 이를 증명한다.

또한 컨닝한 학생들에 대한 적발이 잘 이뤄지지 않을뿐더러 구체적인 처벌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어영문학과의 한 강사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1백명이 넘을 경우 2명 정도가 시험을 감독하는데, 감독하는 사람의 수가 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컨닝을 한 학생은 없었다”고 말해 컨닝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교무처 수업과에서도 “시험은 교수의 재량”이라며 “컨닝에 따른 처벌도 교수 개인 선에서 해결돼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처벌의 정도가 크면 컨닝하는 학생 수가 현저히 줄 것”이라는 김아무개군의 말처럼 학교 측의 안일함도 컨닝에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시험문화를 바꿔보고자 전국대학생컨닝추방본부의 컨닝추방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한국기독학생회 IVF는 피켓 홍보 및 홍보물 부착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태다. 학생들이 의식 개선을 하지 않는 이상 학교 측의 구체적이고도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실정인 것이다.

현재 교무처에서는 각 과목에서 시험감독자를 추가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앞으로 이같은 제도나 적발된 학생들에 대한 처벌 강화 등 학교 측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학생들의 성숙한 의식도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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