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낭만적인 ‘로망’임에 틀림없는 동아리. 하지만 지난 1997년 IMF로 인한 경제난으로 인해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열중할 수밖에 없었고 그즈음 실시된 학부제로  학점의 압박은 커져갔다. 또한 계속 심화되는 개인주의 풍조로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갈수록 위축돼 가기만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학생들이 선택하는 동아리 역시 자신들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2006년. 우리대학교의 학생들은 과연 어떤 동아리를 찾아가고 있을까?
동아리들의 신입생 모집이 한창이었던 학기초. 지난 3월 연합뉴스는 “재테크나 영어학습을 위한 동아리나 혹은 ‘몸짱열풍’과 관련된 댄스동아리가 인기가 많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외국인 학생과 교류하는 동아리 ‘IYC(International Yonsei Comunity)’의 경우에는 4일이라는 짧은 모집기간에 약 1백50여명의 학생이 지원했고, 재즈댄스 동아리 ‘재즈필’에는 95명의 지원자가 몰려 오디션 경쟁률이 거의 5:1에 이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IYC 부회장 주정현양(심리·05)은 “단지 영어회화를 위해 IYC에 지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지원자들의 목적은 영어 학습을 넘어 교환학생이나 국제기구에서 활동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지닌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 재테크 동아리 역시 단지 기법을 배우려는 목적을 넘어 일종의 경력을 쌓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니, 그들의 현실성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 이상임을 알 수 있다.
댄스동아리의 경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재즈필 회장 남주형군(전기전자·04)은 “언론들이 말하는 몸짱이 되려는 욕구보다는 멋진 공연에 매료돼 학생들이 지원한 경우가 더욱 많다”고 밝힌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학생들은 실감나는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표현욕구를 지니고 있다는 것. 흑인음악동아리 ‘RYU’나 마술동아리 ‘엔티즈’의 경우에도 모집인원의 두 배 이상인 50~60명 정도가 지원한 것을 보면, 학생들이 ‘튀고 싶은’ 욕구를 채워줄 동아리를 선호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동아리를 지원하는 학생이 지난해보다 늘었음에도 학술·교양 계통의 동아리들의 신입생 부족현상은 여전하다. 교육연구동아리 ‘열음’의 경우에는 지난 3월말에도 신입생 수가 3명에 불과했다. 대표 김성은양(교육·04)은 “세미나를 중심으로 하는 동아리 특성상 꾸준한 학생 5명만 들어와도 성공이지만 모집에 어려움이 많다”며 “현재까지도 신입생을 모집 중에 있으나 필요로 하는 인원을 채울 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학술·교양 동아리들도 사정은 비슷한 실정해 우리대학교 역시 동아리 선택에 있어 양극화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동방의 문이 너무 두껍다

양극화된 모습 외에도 학생들의 동아리에 대한 무지 역시 상당하다. 우선 많은 신입생들이 우리대학교 내 동아리를 잘 모르고 있다. 백상영군(인문계열·06)은 “몇 곳 이외에는 존재도 잘 모르며 68개의 중앙동아리가 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상은 학생들의 개인주의와 동아리 홍보부족이 주원인이다. 백군은 “단체 학생활동보다는 몇몇 친구들끼리 다니는 경우가 많으며 신입생 때부터 학점의 압박이 크다”고 한다. 학생들은 광역학부제로 인한 전공 선택의 부담이 여전하고 각종 조모임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동아리로 눈을 돌릴 틈이 없다.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다. 동아리연합회(아래 동연)는 동아리 알림지를 발행해 지난 2월 새내기 배움터(아래 새터)때 신입생들에게 약 3천부를 배포했다. 그러나 새터와 같은 반활동의 행사기간은 동아리 알림지를 배포하기에 조금 부적당한 시기였다. 또한 새터에 불참한 신입생, 재학생들은 알림지의 존재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았고, 정보를 얻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각각의 중앙동아리 사이트와 연결돼 있는 동연 홈페이지(www.연세동연.com) 역시 많이 홍보되지 않았고, 동연과 연계된 동아리 홈페이지 역시도 잘못 연결된 경우가 상당해 정보제공이 원활이 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동아리에 관심을 가진 많은 학생들이 실제로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백군은 “많은 학우들이 동아리에 대해 잘 모르고 다가가기도 힘들어 관심은 있지만 막상 동방의 문을 두드리는 친구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 한쪽으로 몰리는 지원자와 정보의 부족. 동아리 소개의 장이 필요한 시점이다./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학생들을 끌어올릴 무대가 필요해

물론 학생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참여를 유도하기가 어려운 건 다른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많은 대학에서 개강 초에 ‘동아리주간행사’나 ‘동아리박람회’를 개최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경우, 이 기간 동안 동아리들은 학생회관 앞에서 돌아가며 공연과 홍보시간을 가지고 있고, 학술분과의 동아리들은 공개세미나를 갖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고려대의 경우에는 학교 앞 광장에서 ‘동아리박람회’를 개최, 전체 동아리가 다함께 모여 설명하고 홍보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이런 행사를 주최한 각 대학 동연은 이것이 단지 데스크를 세우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대학교에도 이런 홍보의 장을 마련한다면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그에 대한 답을 어느 정도 알려주는 행사가 바로 수요문화제다. 수요문화제를 주최한 총학생회 문화국장 김지현양(독문·02)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즐거움을 주기 위해 다시 부활시켰다”고 설명한다. 수요문화제는 공연 장소에 목마른 동아리에게도 단비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공간부족으로 공연에 어려움이 많은 그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더욱 좋은 점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동아리의 활동을 알리는 효과가 크다는 점. 최재훈군(상경계열·06)은 “수요문화제를 통해 볼거리도 즐기며 동아리들이 활동하는 내용을 알 수 있어 좋았다”고 말한다. 수요문화제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욕구를 자극한다는 얘기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홍보의 장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학기 초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와 학관 앞에 설치된 데스크. 많은 학생들이 흘끔흘끔 보지만 어색함 때문에 그냥 스쳐 지나간다. 이런 학생들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서는 조금 더 치밀한 홍보 준비와 학기 초에 그들을 끌어당길 기회의 장, 참여를 유도하는 무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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