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과학성이 고교 교과서의 검정과정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하도록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영토를 자국의 영토라고 교과서에 표현하도록 국가가 강제한다는 것은 이웃 국가에 대한 분명한 도발이다. 교과서 왜곡은 야스쿠니 참배, 정신대 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망발, 군사대국화로 가는 평화헌법 개정운동 등 우경화현상이 전체 일본 사회의 일반적인 의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증거이다. 일제강점하에서 반인륜적 범죄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 국민들로서는 어제의 치욕이 되살아나는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그러나 우리도 비분강개 속에 무참히 국권을 상실한 100여 년 전처럼 무기력하거나 몽매하지는 않다. 부족함 속에서도 지구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인류공영의 길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독도문제도 문명국가로서의 자존에 걸 맞는 냉정한 분석과 체계적인 대응으로 반문명의 길을 무모하게 추구하고 있는 일본의 잘못을 깨우치고 우리의 영토와 역사의 진실을 지켜내어야 한다.

독도 문제는 단순히 영토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냉전의 종식이후 새로운 세계질서가 정립되는 과정을 배경으로 독도문제를 바라보는 거시적 안목이 필요하다. 일본이 아시아를 경시하는 외교노선을 계속할 수 있는 이면에는 일본을 새로운 세계질서의 전략적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미국의 세계전략이 지렛대가 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 바로 이 점이 독도문제에 대하여 섣불리 대응할 수 없게 하는 변수가 된다. 미국은 우리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미군을 우리 영토에 주둔시키고 있기에 우리에게는 특수한 존재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적 가치의 측면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며 미국과 일본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반미나 반일이 아니라 철저하게 현실적인 시각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독도문제의 해결에도 중요한 조건이 된다.

한편으로는 일본이 새삼 도발적으로 영토문제를 제기하는 저의에 대해서도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일본이 이웃 나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영토문제를 계속 제기하는 이면에는 평화헌법 개정을 위한 여론몰이의 목적이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또한 일본이 추구하는 국제법에 따른 분쟁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영토에 관한 국제분쟁의 해결은 우리의 법감정에 기초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고유한 법적 절차와 준거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독도를 국제법적으로 강점하고 있다는 일본의 주장을 보편화된 공리에 맞게 물리치기 위한 연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정부와 국민들이 가슴 한편이 저려오는 분노를 삼키면서 차가운 머리로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독도문제를 근본적으로 대응하는데 지혜를 모으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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