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 협상 진전 없어

결국 예정돼 있던 총학생회(아래 총학)의 본관점거로 학교 측과 학생대표들 간의 갈등은 장기화 될 전망이다.

대화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결국 본관점거까지 왔다는 학생대표 측의 주장과 대화의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다는 학교 측의 답변이 엇갈린 채 갈등의 골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이는 대화를 협상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설명을 통해 이해를 구하는 과정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학생대표들의 고민은 더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총학의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금 만약 학생대표와 협상을 통해 등록금 인상안이 수정된다면 실처장들이 모두 사표를 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를 학교 측으로부터 들었다”면서 “학교 측의 입장이 생각 이상으로 강경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사회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은 본관점거라는 투쟁 방식이 이번에 쓰이게 된 것도 학생대표들이 주장하는 ‘대화’의 조짐이 없기 때문이다.

부총학생회장 윤태영양(경영·02)은 “학생총회까지 성사된 마당에 예전 같으면 학교 측의 협상안이 진작 나왔을 것이다”면서 “교직원의 월급마저 동결한 상황이다 보니 학교 측에서는 정말로 협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교육투쟁 결의가 점차 하락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9일 본관에서 열린 비상 중앙운영위원회(아래 중운위)에서는 이러한 내부 논의가 진행됐다. 생과대 학생대표는 “학생 총회 참석 후 신입생들의 동요가 심하다”면서 “학생총회까지 성사하고 본관 점거까지 했는데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까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 회의적인 분위기가 높다”고 말했다. 문과대 회장 상은양(사학·03)도 “학생총회 후 과 반 단위에서 분란이 심하다”며 “내부 분위기를 추스릴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총학생회장 윤양은 “이번 학생총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은 교육투쟁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들”라며 “실제로 이대로 분위기가 죽어갈 수도 있지만 교육투쟁을 처음 겪은 이들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교육투쟁은 그 과정에서 한차례 절정에 이르렀지만 협상의 진전조차 보이지 않아 동시에 위기의 기로에 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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