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10.9세의 아이들이 가정폭력 등의 문제로 가출을 반복한다. 가출한 소녀들은 학교를 중퇴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다 길에서 만나는
남자에게 의지하게 되는데, 이런 남자들은 대부분 소녀의 ‘몸’을 바란다” 며 한 원장은 ‘어린 엄마’들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를 설명했다.
그렇게 만난 남성은 대부분 임신한 소녀를 떠나버리고, 의지할 곳 없는 아이들은 뱃속에 아기를 가진 채 어찌할 줄을 몰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생명을 잉태한 어머니인데, 미스맘들에게 기쁨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원장은 그림 두 장을 보여줬다. 사랑표 모양 빛 가운데 한
여성이 책상에 기대어 잠들어 있고, 그 주위에는 아기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둥둥 떠 있다. 여성의 얼굴에는 기쁜 미소가 번져있다. 애란원의 한
예비엄마가 그린 그림이다. 첫눈에 아이를 기다리는 엄마의 설레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꾸며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에는 남자친구가 도망가버려 희망이 사라진 후 그린 그림”이라며 동일인이 그린 다른 그림을 보여줬다. 그림 속 엄마의 행복한 모습은
사라지고, 사랑표 대신 검고 지저분한 먹구름이 낀 배경으로 바뀌어있었다. 천사 같던 아기들은 더 이상 엄마에게 귀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림을 보여준 한 원장이 말을 이었다. “이곳에는 대학생 또래도 많다. 당신이 임신 8개월이라 학교에 더 이상 못나가겠고 부모님께 말도
못했고, 아이 아버지는 휴학하고 군대나 유학 등을 핑계로 도망갔다고 생각해보라. 어떤 감정이겠는가.” 임신한 여성 대부분이 혼란 그 자체이고,
처음에는 죽음밖에 생각나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분노와 우울, 그리고 현실을 피하고 싶은 마음으로 잠만 자는 산모도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은 사랑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별 부담 없이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며 한 원장은 책임감 있는 성의식으로 남녀 모두가
몸가짐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란원 홈페이지(http://www.aeranwon.org/) ‘로뎀
게시판’에는 퇴소한 애란원 식구들의 글이 올라와 있다. 아이와 자신의 소식을 전하며 항상 이곳을 잊지 못하고 있다고, 너무 감사한 기억들이
많다는 글들이 자주 오른다. 한 원장은 “그 친구들에게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가장 힘들 때였겠지만, 돌아보면 앞으로 전진 할 힘이 됐다고들 한다.
오히려 더 ‘풍성한’ 세계를 알게 된 것을 감사한다는 여성도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거 절망과 위기 속에 죽음을 생각하던 어린 엄마들이
건강히 자립해서 “애란원 기쁨조가 되겠다”며 찾아와 다른 미스맘들을 격려해줄 때 애란원 사람들은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여기 있는 친구들이 위기를 다 기회로 전환시키고, 하나님 안에서 놀라운 변화를 받고 또 순산하길 바란다”는 한 원장은 “요즘 10년 전
퇴소한 여성이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를 위해 기도하고 있으며 ‘애란세움터(양육을 결정한 미스맘들이 부모교육을 받으며 자립을 준비하는 그룹홈
시설)’가 이사하는데 후원금 모금이 원만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최근 그의 소망을 밝혔다. 우리 사회에 미스맘에 대한 시선이 누그러지고
미스맘들이 다른 가정과 평등한 위치에서 당당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때가 오면, 또 다른 위기의 여성들을 위한 일을 찾아 하겠다는 애란원.
이들의 여성에 대한 사랑은 이 땅의 모든 여성문제가 사라질 때까지 남아, 여성의 든든한 바람막이숲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