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성체줄기세포, BT의 새로운 아이콘
  • 권형우 기자
  • 승인 2006.04.03 00:00
  • 호수 1538
  • 댓글 0

지난 2005년 세상을 뒤흔들었던 서울대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 전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생명과학자의 몰락은 우리나라 생명과학(BT, Bio-technology)의 위축으로까지 이어졌고, 특히 황 교수가 연구했던 줄기세포 분야는 더더욱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파에도 불구하고 생명공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가 있다. 바로 ‘성체줄기세포’. 그동안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기는 했으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비해 사람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던 성체줄기세포는 최근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으며 미래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란?

줄기세포란 어떤 조직이나 장기로 분화가능한 미성숙한 세포를 일컫는다. 이를 이용해 불치병을 앓거나 심한 사고를 당한 환자들의 신체를 재생할 수 있다. 때문에 줄기세포는 ‘의료의 신기원’을 이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줄기세포 연구 분야는 크게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로 나눠진다. 배아줄기세포는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일반배아줄기세포와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환자의 체세포 핵을 난자에 주입해 줄기세포를 얻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로 나눌 수 있다. 특히 체세포복제줄기세포는 일반배아줄기세포에 비해 거부 반응이 적어 치료용으로 적합하다. 때문에 현재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체세포복제줄기세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와 줄기세포를 얻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가톨릭의대 세포유전자치료연구소 심재승 연구원은 “성체줄기세포는 난자에서 핵을 추출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의 엉덩이뼈 등에서 추출한 골수나 제대혈에서 세포를 추출한다”고 말했다. 성체줄기세포의 재료가 되는 세포는 골수나 일부 장기에 소량 존재하는데, 이를 추출한 뒤 치료에 쓸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이를 배양한다. 충분한 양이 준비되면 치료가 필요한 세포나 기관에 이를 주입하여 줄기세포의 분화를 적절히 유도, 손상된 세포나 장기를 치료한다.

강점을 바탕으로 실제치료로 나아가다

그렇다면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심 연구원은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배아줄기세포의 문제로 지적된 분화 유도의 어려움이나 암 세포 변이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다. 앞서 밝혔듯이 줄기세포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장기, 또는 세포로 분화시켜야한다.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분화가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무한대로 증식하기 때문에 치료에 필요한 세포나 장기로의 분화가 상당히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암세포로 변이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속도가 느리고 증식 정도도 제한돼 있어 특정 세포나 장기로의 분화를 유도하기 쉽고 암 세포로의 변이 가능성도 낮다.

사회적,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성체줄기세포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이다. 수정 상태의 배아를 이용하는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배아 상태부터 생명이 시작된다고 믿는 종교 단체의 심한 반발에 처해 있기도 하고, ‘배아’를 다루는 줄기세포연구가 인간복제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성체줄기세포는 환자의 신체에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없다.

실제적인 연구 성과도 성체줄기세포가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크게 앞서고 있다. 현재 배아줄기세포는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론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백혈병이나 뇌졸중 치료 등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심 연구원은 “백혈병이나 뇌졸중 치료뿐만 아니라, 신경계 복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임상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며 성체줄기세포의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이와 더불어 국내 BT벤처 및 제약회사들의 성체줄기세포를 응용한 치료제 개발 노력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계와 과제를 넘어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성체줄기세포 역시 풀어야 할 많은 난제들을 안고 있다. 심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모든 세포나 장기로의 분화가 가능한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몇몇 특정 세포나 기관으로만 분화가 가능하다”며 성체줄기세포의 한계를 지적했다. “특히 성체줄기세포의 재료로 사용되는 세포의 양이 워낙 소량이기 때문에, 배양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세포의 양도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적다”며 세포의 양을 대단위로 증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으로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치료나 임상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완치를 목적으로 할 정도로 발전하지 못했기에 주로 보조치료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도 또 다른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성체줄기세포의 경우 타인의 세포를 이용할 경우 면역 거부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환자 본인의 장기나 제대혈에서 세포를 채취해야하는데, 심한 질환을 앓고 있거나 큰 사고를 당해 세포를 채취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치료하기는 쉽지 않다.

오늘날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성체줄기세포. 하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과 기대만큼이나 성체줄기세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성체줄기세포, 자신의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고 현대 의학으로 풀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는 수많은 환자들의 진정한 빛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권형우 기자  spinoza@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형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성체줄기세포는 '난치'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러스트 조영현

성체줄기세포는 '난치'를 극복하는 방식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일러스트 조영현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