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대학원 김진수 교수

최근 사회복지정책은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변화의 정도는 오히려 혁명적 수준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부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으로 만 볼 수는 없다. 제도 스스로 변화 과정에서 개선된 경우도 있고 경제위기나 양극화를 해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도입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사회복지변화는 정부의 소외계층과 빈곤계층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동안 제도를 도입하거나 확대 또는 체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집단간 마찰, 졸속정책에 대한 비판, 왜곡된 결과에 대한 우려 등 시행착오적 혼란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긍정적으로 만 볼 수는 없다.

 

이러한 부정적 평가에 가장 집중되는 대상중 하나가 국민연금제도이다.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고, 현재도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치적 갈등의 대상으로 전락되는 상황에 있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국민연금이 모든 국민의 노후보장을 책임지는 종합적인 제도라는 점에서 완벽한 규정 마련이 만만치 않고, 제도 초기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점에서 이해 할 점도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관련한 논란이나 시비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 혼란스럽다는 데 문제가 있다. 논란의 범위가 제도 존재 여부에서 사소한 규정에 이르기 까지 너무 광범위하고 다양하여 일관성 없이 중구난방으로 제기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혼란은 비단 국민연금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까지 건강보험과 관련된 의사 파업 등 사회적 혼란이 야기 되었던 사실을 상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선안은 단순히 재정안정화 만을 목적으로 내놓고 있을 뿐이다. 정부가 개선안을 내놓은 지 3년이 되었지만 재정안정화 개선으로 인하여 연금수급자의 절반이 기초생계비 조차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다. 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단순한 산술적 변화가 아니라 노후보장체제의 근본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의 주장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 이다. 갑자기 기존 체제를 없애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여야 한다는 주장과 동시에 좌파보다 더 왼쪽에 치우친 방안을 내놓고 요지부동이기 때문이다. 서로가 바뀐 방향을 주장하면서 반대로 가고 있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복지정책과 관련된 논란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혼란스러워지거나 오히려 극단적으로 반목 현상으로 나타나는 원인은 무엇인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복지철학의 빈곤이다. 현 정권이 내세우고 있는 복지철학은 ‘참여복지’다. 그러나 이 용어는 지금까지도 정확하게 통일된 개념으로 정립되지 못했다. 최근에 내놓은 ‘동반성장’은 성장과 복지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는 논리를 제시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국민연금은 단순히 노후보장 수단보다는 현명한 사회보장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합리적인 미래 사회를 설계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민연금의 근본적인 문제에 접근하지 못하고 오히려 초점만 흐리는 시행착오적 논란에 빠져있다. 마치 우리의 미래가 여러 번 반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 이다. 국민연금의 시행착오는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제도에 원인이 있다. 혼란스러운 제도체제는 미약한 철학에 기인하고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다시 시작하는 태도로 처음부터 사회복지체제를 뒤돌아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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