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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캠 졸업인증제, 장애인가 발판인가
  • 정소진 기자
  • 승인 2006.03.27 00:00
  • 호수 1537
  • 댓글 2

02학번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졸업인증제가 올해로 네돌을 맞으며 지난 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인증제는 미국 공학기술인증위원회(ABET)가 고안한 공학인증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면서 주목을 받았고, 국내에서는 성균관대가 지난 1996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기업들도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졸업인증제를 실시하는 대학들이 늘어났으며, 우리대학교에서는 원주캠이 독자적으로 추진해 외국어 및 컴퓨터 능력을 각각 4단계로 나눠 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 /일러스트 조영현
졸업인증제는 첫 졸업인증 사정을 7개월여 앞둔 지난 2005년 5월까지만 해도 과반수의 학생들이 졸업인증요건을 갖추지 못해 과연 정상적으로 정착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으나, 올해 첫 졸업인증 사정 결과 03학번 졸업인증 대상자 3백25명 중 단 6명만이 탈락해 98%의 인증 통과율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출발했다. 이는 제도상의 혼선 속에 학생들의 반발이 더해져 졸업인증제 시행 3년 만에 전면무효화된 이화여대 등의 사례와 비교할 때 제도의 정착 자체는 일단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졸업인증제에 대해 그 요건과 기본취지 및 시행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학교가 졸업인증제를 통해 학생들의 능력배양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점이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 문성호군(정경경제·02)은 “외국어·컴퓨터 능력은 개인의 의사와 필요 여부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하지만 “학교가 교육의 장으로서 엄격한 학사제도를 통해 졸업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임도형군(국제관계·05)과 같이 졸업인증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존재한다.

또한 학문의 전당이 돼야 할 대학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에 편승해 학생들을 인적자원화 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교무처장 김준호 교수(정경대·민법)는 “대학은 사회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길러내야 하는 의무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며 “사회적 요구에 대학이 응하지 않는 것 또한 무책임한 처사”라고 말했다.

한편 졸업인증제의 실효성 측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외국어 인증의 최저단계인 4단계의 경우 외국어 교양선택과목 중 1과목을 이수하고 언어연구교육원 원주분원 개설과목 중 1과목을 수강만 하면 성적에 관계없이 능력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02학번 졸업인증 통과자의 경우 1·2단계로 통과한 학생이 각각 52명과 82명인데 비해 3·4단계로 통과한 학생이 2백4명과 2백50명에 이르렀다(중복 인증자 포함). 또한 외국어인증을 토익·토플 점수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는 시행세칙은 토익·토플 성적이 실제 영어 실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최근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실효성 문제에 대해 김 교수는 “첫 시행 이후 졸업인증제위원회를 비롯, 내부 회의를 통해 졸업인증 최저단계 삭제방안을 검토하는 등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며 “이번이 첫 시행인 만큼 앞으로 보완을 통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밖에도 졸업인증제는 학과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수업과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3년 디자인학부가 정보인증방식을 그래픽프로그램 자격증 위주로 특성화 시켰듯, 졸업인증제를 획일화된 제도가 아닌 학과별 특성에 맞게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체 교양강의인 교양영어·정보전산 강의의 내실화를 통해 졸업인증과의 연계성을 높여 학생들의 이중부담을 덜고 사교육비의 지출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졸업인증제도에 대해 학교 측은 안정적인 출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받아들여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소진 기자  restinegois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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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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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업생 2006-04-15 22:30:55

    노천극장 행사만 있으면 학교전체가 들썩거리니, 이 참에 없애든지 이전해야하지않나.   삭제

    • 연세인 2006-04-11 01:57:27

      시의 적절..

      사건 터지기 전에 예방적 차원에서 문제점 고발한 센스가 돋보입니다.
      구두로 찍어 보기까지 한 '철저한' 현장 체크, 담당자들 코멘트 딴 것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간결하게 쓴 문장력이 맘에 드는군요.

      대성할 자질이 보이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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