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캠 호수의 크기는 얼마?

‘물을 보면 생존의 방법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물론 ‘물을 본다’는 것이 눈으로 본다는 의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매일 너른 매지호를 ‘보며’ 등교하는 원주캠 학생들은 이런 면에서 축복받은 것임엔 틀림없다.


‘대자연 속의 인텔리젠트 캠퍼스’라는 이름에 당당히 한 몫을 차지하는 원주캠 매지호는 엄밀히 말하면 호수가 아니라 호수 주변의 농지를 위해 지난 1962년 완공된 인공저수지다. 그러나 전국의 대학 캠퍼스 소재 호수 중에 가장 넓은 곳이 원주캠 매지호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매지호는 만수면적이 25ha으로, 환산하면 7만5천6백24평이다. 7만여평이면 2천가구 이상의 주택이 건설될 수 있으며, 1만8천평에 달하는 상암경기장이 4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어마어마한 넓이다. 매지호의 유역면적은 1천7백50ha, 저수량은 1백1만3천톤, 평균수심은 8.1m에 이른다.


매지호가 수치로만 ‘먹어주는’ 것은 아니다. 강원지역환경기술센터에 따르면 매지호는 2·3급수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철새를 포함한 조류, 양서류, 토종어류 등 다양한 종(種)의 생태가 보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매지호에서는 무리지어있는 청둥오리나 짝을 지어 날아가는 왜가리를 쉽게 볼 수 있다.


매지호의 가운데에서 캠퍼스 쪽을 향해 헤엄쳐 오는 모습을 하고 있는 ‘거북섬’도 빼놓을 수 없다. 거북섬에는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20호 원주매지리석조보살입상이 위치하고 있는데, 『그러나 낯선 당신』이라는 유형종의 소설에서는 이 보살상을 소재로 신라시대 화랑 ‘우랑’과 그의 연인 ‘우사녀’의 사랑과 관련된 설화를 그리기도 했다. 거북섬은 날이 가물어 바닥을 드러내거나 한겨울에 호숫물이 꽁꽁 얼었을 때 걸어서 건너는 것 외에는 접근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인지 매지호는 한층 더 신비로워 보인다. 겨울방학 중 거북섬을 정복하고 왔다는 학생들의 무용담(?)도 있다.


매지호를 끼고 도는 뚝방길과 ‘키스로드’는 그 경치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연인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동성(同姓)끼리 이 곳에 가면 몇 년간 연인이 생기지 않는다는 징크스도 있다. 이밖에도 매지호에 얽힌 이야기가 많다. “우리 학과 선배가 어느 겨울에 매지리에서 술에 취한 채 비틀비틀 기숙사에 돌아왔는데, 다음날 보니 얼어붙어 눈이 쌓인 매지호 위에 발자국이 죽 찍혀 있는 걸 보고 기겁했다더라”는 한 학생의 담화도 들려온다. 매지호가 있는 원주캠에만 있을 법한 전설이다.


오늘도 학생들은 매지호를 보며 등교하고, 수업을 듣는다. 매지호에는 앞으로도 이야기가 더해지고 더해져, 원주캠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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