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예술의 전당

‘나무보다 숲을 보라’ 또는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고 했던가?  우리는 흔히 공연을 보면 작품에만 집중할 뿐 장소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말은 예술의 전당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3백65일 쉬지 않고 문화의 향연이 펼쳐지는 이곳은 하나의 문화적 생명체로서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은 지난 1987년 설립된 세계 10대 수준의 종합문화공간이다. 연간 1천5백여회의 예술행사와 2백만여명이 찾는 이곳은 답답한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조용한 서초동 우면산 밑에 자리잡고 있다. 웅장한 오페라하우스와 음악당,  한가람미술관과 서예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외에도 음악·미술광장과 야외극장, 산책로가 있어 인기가 많다.

▲ 평일 오후에 찾은 예술의 전당 음악당 내부. 예술과 휴식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yonsei.ac.kr

 

 

 

 

 

 

 

 

 

 

웅대한 규모만큼이나 이곳에서 공연·전시되는 작품들은 작품성을 갖춘 대작인 경우가 많다. 지난 2005년에는 ‘대영박물관 한국전’, ‘르네상스-바로크 회화 걸작전’ 등의 전시회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 굵직한 프로그램들이 있었고 올해에도 『맘마미아』, 『마술피리』 등의 작품과 ‘예프게니 키신 리사이틀’ 같은 연주회가 무대에 올려질 예정이다. 현재는 30일(목)까지 뮤지컬 『명성황후』와 ‘오리진 회화협회’ 작품 전시회 등이 열리고 있으며 오는 4월 2일까지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와 ‘대한민국 서예대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예술의 전당에 발을 내딛은 그 순간부터 작가들의 손짓을 느낀 기자는 바로 한가람미술관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홍익대 서양화과 동인들의 단체인 오리진 회화협회가 ‘현대미술의 환원과 확산’이라는 주제로 전시를 하고 있었다. 갖가지 작품들 중 특히 빨간색과 초록색의 강렬한 색채 대비만으로 그려진 유병훈 화백의 「숲, 바람-默」은 봄의 화려함을 표현하는 듯 했다.

음악광장도 빼놓을 수 없는 이곳의 명소.  스피커에서는 영화 『라붐』의 OST 「reality」가 흘러 나와 한적한 오후의 아늑함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음악광장에서는 오는 4월부터 10월까지 매일 예술의 전당만의 ‘세계음악분수’라 하여 세계 각국의 명곡들에 맞춰 다양하고 화려한 분수의 춤사위가 연출된다고 한다.

탁 트인 광장을 걷다 보면 어느덧 서예박물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 서예대전’에 출품된 작품들이 서로 으스대고 있었다. ‘머리에는 지혜가, 가슴에는 사랑이, 얼굴에는 미소가, 손에는 일이 항상 있어라’라는 글귀가 쓰인 한 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온전한 삶을 살게 하는 교훈을 주고 있었다. 전시실의 고요함과 관람하는 사람들의 여유있는 걸음걸이. 서예의 매력은 ‘천천히, 편안하게’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편 관객들에게 클래식은 멀지 않은 친구라는 것을 알게 해줬다는 평을 받은 『11시 콘서트』는 예술의 전당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매달 둘째 목요일 아침 11시에 평소에 접하기 힘든 클래식을 저렴한 비용으로 만날 수 있어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음악감상과 수채화, 사진 등의 강좌도 열려 있어 평소 이런 문화활동을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짧았던 예술의 전당과의 만남. 내일은 「reality」 노래 소리가 아닌 교수님의 목소리를 듣겠지만 그래도 오페라하우스를 나오던 어느 어린 아이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 “엄마, 나 학교 대신 여기로 전학오면 안될까?” 예술의 전당은 꼬마 마저도 일상을 파괴하는 다다이즘적 표현을 구사하는 예술가로 만드는 것 같았다.

 

/조한진 기자 jini72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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