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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넘어 '세계'를 향해 나아가다한국학-세계속의 한국을 말한다
  • 권형우 기자
  • 승인 2006.03.27 00:00
  • 호수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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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제는 진부해져버린 이 말이 ‘한국학’이라는 이름으로 다시금 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정부가 민간의 해외 한국학 지원에 대한 조세 감면 폭을 크게 늘리는 등 국가적 차원의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동아시아의 변두리 학문’에 불과했던 한국학은 ‘세계적인 학문’을 위한 발돋움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속의 한국을 다루는 학문

그렇다면 한국학이란 과연 어떤 학문을 이르는 말일까. 보통 많은 사람들이 한국학이라고 하면 국학이나 국어학등을 떠올릴 뿐 한국학이 무엇을 다루는 학문인지 잘 모르고 있다. 이에 한국학중앙연구원 정치학과 이완범 교수는 “한국학과 국학은 성격 면에서 엄연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의 학문을 뜻하는 국학의 경우, 일종의 민족주의적 성격을 띠는 데 반해, 한국학은 세계 속의 한국을 다루는 학문으로서 민족주의의 성격이 상당히 희석돼있다”고 말했다. 또한 근대 이전에 대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국학에 비해 한국학의 범위는 근현대를 두루 포괄한다. 연구 분야 역시 한국사뿐만 아니라 문화, 철학, 사회, 정치 등에서 나타난 한국의 다양한 모습과 변화상을 다룬다.

서구의 지배를 받았던 이집트나 인도 등 서구 식민지의 지역학은 유럽학자들에 의해 정립돼왔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의 식민지 생활을 경험하면서 일부 일본학자들의 영향을 받기는 했으나, 서구 식민지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학자들에 의해 한국학의 성격이 규정되고 연구가 이뤄졌다.

한국학은 일제강점기 3·1 운동 이후 우리 민족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등장했다. 물론 조선 후기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일기는 했으나, 근대적인 ‘학문’의 의미를 띠게 된 것은 이때부터다. 당시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환경 때문에 당시 한국학은 민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었다. 그러나 해방 이후 과거의 한국학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방법론의 등장으로 인해 한국학의 성격은 변화를 겪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한국학

지난 1990대 초만 해도 한국학의 연구는 이웃국가인 중국, 일본 등지에 한정됐을 뿐 해외까지 널리 퍼지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한국학 연구자들이 대학이나 연구원을 통한 학술 교류를 통해 한국학의 지평을 유럽, 미국 등지까지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3일 새천년관에서는 ‘제61회 해외한국학 평론 콜로키엄’이 열렸다. 동아대 사학과 이훈상 교수의 강평으로 진행된 콜로키엄의 주제는 미국에서 출간된『근대 한국의 출현 속 사회적 상황』이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우리대학교 현대한국학연구소 오영섭 교수는 “이 행사는 해외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한국학 연구 성과를 국내에 소개한 것”이라며,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학의 동향을 밝혔다.

이러한 한국학 연구는 비단 우리대학교뿐만이 아니다. 고려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 국내 수많은 대학들이 한국학 연구소를 운영하며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국제 교류를 통해 한국학을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고려대나 성균관대의 경우 BK21 사업을 통한 활발한 연구와 국제 교류를 통해 한국학의 토대를 닦았다고 평가받고 있다. 우리대학교 역시 ‘연세비전2020’등을 통해 한국학을 집중 지원할 예정이다.

과제 속에서 밝은 미래를 꿈꾼다

그렇지만 한국학의 미래가 늘 장밋빛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먼저 한국학의 연구방향을 두고 ‘탈민족적 한국학’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이완범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한국학은 닫힌 민족주의적 성격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며 탈민족적 한국학의 필요성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외국인이 한국을 이해하는 것과 한국인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수준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처럼, 세계화 시대라 하여 한국학이 민족적 성격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며 한국학의 민족 문제에 대해 양면적 입장을 취했다.

또한 한국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데 있어 지원이 부족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일본이 매년 5백30억원 가량의 자금을 타국 대학의 일본학과를 지원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지원 규모는 일본의 1/10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난 2002년 독일 훔볼트대는 운영자금 문제로 한국학과를 폐지했으며,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과 역시 같은 이유로 폐지 위기에 처해있기도 했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이 교수는 국가적 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경제규모가 10배 이상 차이나는 일본과의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으며, 한국학을 널리 알리기 위한 무조건적 퍼주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선 국내 한국학 연구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반을 닦는 것이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과제들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는 연구와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학술교류 등을 살펴볼 때, 한국학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 이제 한국학이 ‘지역학’의 수준을 넘어 ‘세계적인 학문’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권형우 기자  spinoz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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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한국학.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다. /일러스트 조영현

'우리 것'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한국학. 이제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다. /일러스트 조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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