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 새로 결심한 것이 있다. 바로 어떤 식으로든 의미가 있고 말하고자 하는 바가 뚜렷한 기사를 쓰자는 것이다. 상황이나 아이템에 따라서는 매우 위험하거나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혹은 건방진 각오지만, 적어도 연세춘추의 지면을 채우는 기사인데 이 정도의 고뇌도 없이 기사를 단지 ‘뱉어’내는 것은 연세춘추 기자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개강호 기획취재면에 쓴 등록금기사는 이러한 각오의 자그마한 발로엿다. 당시 학교와 학생은 답답할 정도로 서로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었고 이미 서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다. 학교 측은 실제 등록금 수입이 지출되는 부분이 아닌 ‘건축비, 특성화 사업’ 등을 언급하며 밑도 끝도 없이 ‘자금지출이 많으니 이를 충당하기 위해 등록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에겐 학생들에게 등록금 인상의 당위성을 제대로 설명하려는 성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총학생회 측도 등록금의 사용처를 파악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망각하고 적립금 환수, 원가산정 등 등록금 %율과 관련이 먼 과녁만 조준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답변으로 충분히 수긍이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귀를 막았다.


현실을 앞세우는 분위기 아래서 기본적인 내용과 논의주제를 공감하고도 서로 타협을 보기가 힘든 주제가 등록금인데 이들은 같은 주제를 두고 얘기하고 있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범주조차 다르다는 생각이 역력히 들었다.


나는 기사에 결코 어느 쪽이 옳다고 쓰지 않았다. 단지 서로의 잘못된 협상태도를 짚었고 ‘핀트’가 맞지 않는 주장에 대해 지적했다. 애초부터 결론은 없었다. 단지 ‘지금 얘기해야 하는 것은 기본비용이다’ 그리고 ‘그 범주안에서 보다 현실적인 논의를 시작하라’고 지적했을 뿐.


개강이후 등록금 투쟁의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겁다.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단식이라는 극단적 형태를 통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려 하고 학교 측은 무성의,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극단과 극단이 마주치는 자리는 결코 해결과 가깝지 않다. 협상과 타협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지금, 나의 모든 각오를 담아 말했던 ‘공통범주 아래서 대화를 하라’는 나의 기사는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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