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한중 슈퍼모델대회 1위, 김수현

 ‘패션쇼에서 의상이 돋보이려면 모델이 예뻐서는 안된다?’ 사람들이 모델에 대해 흔히 갖는 오해 가운데 하나다. 중견모델인 김동수씨가 “모델을 칭찬하는 형용사는 많다. 그중에 반갑지 않은 형용사가 하나 있다면 ‘예쁘다’ 라는 형용사이다”라고 말한 적도 있으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근데 이런 인식과 달리 ‘정말 예쁜’ 모델이 있다. 게다가 만나 보면 그녀만의 매력을 갖고 있는 당찬 그녀. 바로 ‘2005 한중 슈퍼모델대회’ 1위, 슈퍼모델 김수현양(이화여대, 국제학부․03)이다.

눈이 소복하게 쌓였던 2월의 어느 날,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밖에 쌓인 눈처럼 하얀 코트가 그녀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그녀는 모델이 되고 싶었던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고 한다. 다만 모델이 자신의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가져왔다고 한다.

   
▲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에 프로페셔널이 묻어나오는 김수현. 분명 그녀에게는 열정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 /사진 신나리 기자 jjournari@
“모델이 되고 나서 친구들이 그러는 거예요. 제가 중학교 때부터 ‘난 나중에 모델이 될거야’라고 그랬다고. 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는데 듣고 보니까 어려서부터 모델이 되고 싶었나봐요.”

중․고등학생들도 모델로 활약하는 요즘, 그녀의 출발은 어찌 보면 ‘늦다면 늦은’편에 속한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그녀의 출발은 결코 늦지 않았다.

대학언론인, 모델이 되다


그녀는 이화여대 영자신문사 『Ewha Voice』에서 테마부장까지 지낸 ‘대학언론인’이었다. 2년 여간 영자신문사에서 얻은 다양한 경험은 현재의 그녀를 있게 한 중요한 자양분이었다.

“매일 아침 6~7시에 편집국에 들르는 게 습관이었어요. 공부도 하고 취재준비도 하고. 수습기자 시절에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시간들이 지겨웠는데, 부장이 되고 나니 신문사가 집 같아졌어요. 요즘 선배들하고 같이 패션쇼에 서면 꼭 다시 수습기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했던 것을 가장 보람 있었던 경험으로 꼽은 그녀지만 지금은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이 됐다. 자신을 다룬 기사들에 대해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까?

“사소한 부분을 너무 크게 부풀리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대생, 슈퍼모델 1위되다’와 같은 제목이 헤드라인이 되는 거죠. 그게 전부가 아닌데. 제가 쓰면 그렇게 안 쓸 거예요.(웃음)”

그녀는 프로다

  최근 이른바 ‘미인대회’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미인대회인 ‘미스코리아’대회는 이런 비판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 공중파 중계를 중단했다. 슈퍼모델대회 역시 얼핏 보기엔 여느 미인대회와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슈퍼모델대회가 미스코리아와 다른 점은 단순히 ‘예쁜 여성’이 아닌 ‘직업으로서의 모델’을 선발하는 대회라는 거예요. 슈퍼모델대회는 모델을 양성하는 과정의 일부분이죠. 사실 미스코리아대회에 나가보라는 얘기도 들은 적이 있어요. ‘단아함’, 이런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하지만 나가지 않았어요. 일정한 미의 기준이 없는 것 같았거든요.”

그녀는 앞으로 연기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모델활동으로는 그녀의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모델은 자신을 맘껏 표현하기 힘들어요. 디자이너가 정한 ‘컨셉’에 자신을 맞춰야 하거든요. 제가 성격이 자유로운 편이라 틀에 박힌 걸 싫어해요. 연기는 제 안의 다양한 나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근 많은 모델들이 연예계로 진출하면서 슈퍼모델대회가 연예인이 되기 위한 ‘등용문’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모델이 연예계로 진출하는 것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실제로 연예인이 되려고 대회에 지원하는 참가자들도 있어요. 하지만 거의 중도에 탈락하죠. 모델 자신이 의욕이 있고, 능력이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소질 있는 방송인들이 더 나오면 좋은 것 아닐까요?” 그녀의 생각은 확고했다.

어린 시절 디즈니의 만화영화를 보면서 성우가 되고 싶었고, 요즘은 뮤지컬들을 보고 뮤지컬 배우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김수현. 슈퍼모델이란 위치에 안주할 법도 하지만, 오늘도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꿈꾸는 그녀는 진정 ‘프로’였다.

미국의 영어사전 웹스터는 모델을 ‘a person worthy of imitation’이라 정의하고 있다. 아직까지 ‘닮을 만한 사람’인 신출내기 모델 김수현.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이룬 그녀의 모습에서 모두가 ‘닮고 싶은 사람’으로 거듭날 미래의 그녀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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