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사회
대학사회에 스며든 성폭력의 그림자인식하기 어려운 일상에서 다가오는 대학생 성폭력을 조명한다
  • 이민성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호수 1536
  • 댓글 0
성폭력이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연초 세간을 들썩이게 했던 ‘발바리 사건’부터 최근 각종 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까지, 연이어 발생하는 성폭력 문제를 놓고 많은 이들이 뜨겁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학사회에서의 성폭력 또한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우리대학교의 한 새내기가 자취집에서 범인에게 살해당한 뒤 성폭행을 당한 끔찍한 일은 학교 주변에 있는 수많은 하숙생 및 자취생들에게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신촌 주변에서 하숙을 하는 윤나라양(사회계열·05)은 “소식을 접한 후 두려운 마음에 늘 집에 들어가면 문단속이 잘 돼있는지 확인한다”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나타냈다.

사회적 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성폭력이 대학생들에게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일반적인 성폭력과 달리, 대학생들에게 성폭력은 그 유형에 있어 특수성을 보인다. 대학생들이 주변에서 피부로 느끼게 되는 성폭력에 대해 조명해 보자.


데이트성폭력, ‘자기표현’이 해답


대학생들이 성폭력으로서 직면하는 유형 중 하나는 바로 데이트 성폭력이다. 우리대학교 성폭력상담실에서는 데이트 성폭력을 ‘데이트라는 관계에서 본인이 원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성적 언행이 이뤄지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다.

▲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데이트 성폭력의 문제는 서로 친밀한 관계에 놓여있기 때문에 성폭력 또는 성희롱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한 경우가 많은 점에 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상대방의 심정을 고려해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점도 데이트 성폭력을 지속시키는 원인이다. 이에 대해 성폭력상담소 김영희 전문상담원은 “무엇보다 솔직한 자기의사표현을 하는 것부터 건강한 성이 성립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의사를 전달하고 설득을 하는 방법 또한 중요한 일이다. 김 상담원은 이에 대해 평상시에 그런 상황이 일어났을 경우를 가정하고 미리 연습을 해보거나, 남녀간의 대인관계와 관련된 책을 읽어봄으로써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같이 이성 간의 갈등 및 성격차이에 대해 다룬 책을 통해 의사표현의 적절한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트 성폭력에 있어서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신고나 징계를 선고하는 등의 뚜렷한 대안을 적용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현재 데이트 성폭력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상대방과 본인 양측이 전문가와의 면담을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심리훈련이 있다. 김 상담원은 “상담을 요청하는 커플들에 대해 성인지교육과 성적 자기주장훈련을 실시하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한쪽이 아닌 양측이 모두 교육을 통해 원활한 의견교류를 하는 것”이라고 심리상담의 의의를 말한다.


남성중심 대학문화, 성폭력의 근원


성폭력, 특히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성폭력이 대학사회에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큰 배경은 바로 남성중심적인 대학문화 전반에 있다. 대표적인 예로 각종 행사 뒤에 진행되는 뒤풀이 문화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여학생들은 밤이 깊어질 무렵 집에 귀가하게 되고, 남성들의 숫자가 많아짐으로서 뒤풀이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나 전반적 분위기 또한 남성중심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문과대 학생회장 상은양(사학·03)은 “왕게임같이 술자리에서 행해지는 게임들이 지니는‘보편화된 재미’라는 것이 양성을 고려한 것이 아닌 남성 중심의 성격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성중심의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피해가 될 수 있는 성폭력적 발언이나 행동 등에 대해 둔감해지게 되고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외에도 반 소모임 또한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운동이나 게임 소모임 등 남학우 중심의 모임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여성들끼리 반 소모임을 만들려고 할 때, 남학우들이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 또한 남성중심적 대학문화가 창출한 성차별적인 의식을 반영해준다. 이런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전환해보기 위해 지난 3월 문과대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여학우환영회를 개최했다. “여학생들의 참여 활성화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놀 수 있다는 것을 선보이기 위한 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상은양은 여학우환영회의 취지를 말한다. 여자 선후배간의 대화를 통해 친밀한 유대관계를 형성해가는 이와 같은 행사는 남성편향적인 대학문화를 극복해내는 대안으로서 그 의의가 있다.

대학생들과 관련된 성폭력은 그 유형도 광범위하며 아직까지 활발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스스로 성폭력에 대한 자각과, 이를 직접 마주쳤을 때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다.

직접 성폭력사건에 직면했을 경우, 학교 내에 설치된 성폭력상담소나 경찰서 등을 통해 전화나 인터넷, 또는 직접 방문에 의한 상담이 수시로 가능하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성적 가치관에 대한 자가진단을 집에서 해볼 수 있다. 우리대학교 성폭력 상담실 사이트에 있는 ‘나의 성 존중지수’나 ‘성희롱 잠재지수’테스트를 통해 스스로를 진단할 수 있다. 이외에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http://www.kigepe.or.kr)에서는 30가지가 넘는 양성평등 관련 온라인 영상교육자료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한 내용을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재미있게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자료의 장점이다.

부모의 보호를 받던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서 사회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대학생의 시기는 어쩌면 과도기적인 위치일 수도 있다. ‘나에게도 언젠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현명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이민성 기자  wait4you@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민성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