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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선거, 그들만의 축제?
  • 김영래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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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학생회 선거의 투표율은 교육대·치과대처럼 규모가 작은 일부 단과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50% 내외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마저도 ‘투표율이 50% 이상이 돼야 개표할 수 있다’는 선거 시행세칙을 지키기 위해 연장투표를 실시해 겨우 개표가 성사된 것이다. 또한 지난 2005년 학생회 선거에서는 14개 단과대 중 상경·경영대, 이과대 등 무려 7개의 단과대에서 단독선거본부(아래 단선)가 출마해 학생회 활동 참여가 비활성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심지어 사회대에서는 단 하나의 선본도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연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투표율의 하락과 단선의 만연으로 인한 대표성 문제 △어느 선본도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연기됨으로써 발생하는 학생회 공백 사태는 학생회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 /그림 서리
저조한 투표율과 학생회 구성에의 참여부족


지난 2005년 총학생회(아래 총학) 선거에서는 4개의 선본이 출마해 치열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50% 이상의 투표율에 미치지 못해 세칙에 따라 선거 마감일을 하루 더 연장했다. 여기에 한 선본의 탈락에 관한 논의로 투표함 설치가 늦어졌다는 항의를 받아들여 투표함 설치부터 24시간을 따져 선거일정을 계산하는 절대시간의 개념을 적용해 투표일을 하루 더 연장시켜 투표일이 총 이틀이나 늘어났고, 그 결과 50.16%의 투표율로 겨우 개표를 성사시켰다. 전체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 선거에서 두 번이나 선거일정이 연장된 점은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낮은 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낼 뿐만 아니라 당선 선본의 대표성 여부에도 흠집을 낼 수 있다. 실제로 당선선본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전체유권자(1만 7천11명)를 기준으로 볼 때 20.5%(3천4백96명)의 지지만을 얻은 것에 그친다.


한편 단과대 선거에서 단선의 출마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단선에 대해 진행되는 찬반투표는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의 선택권이 제한될 뿐만 아니라 쉽게 당선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2005년 선거를 보더라도 80%를 넘나드는 찬성율로 모든 단선이 당선됐다. 이렇게 계속되는 단선에 대한 찬반투표는 학생회 선거를 형식적 절차로 변질시키고 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본이 아예 출마하지 않아 학생회가 공백 상태로 남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선거에서 사회대에는 한 곳의 선본도 출마하지 않아 선거가 오는 28일로 연기됐다. 원주캠의 경우는 더욱 심해 지난 선거에서 문리대·보과대·원주의과대에서 선본이 출마하지 않아 20(월)~22(수)일 사이에 단선이 출마한 찬반투표 형태로 재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까지의 대응책들


투표율을 올리기 위해 총학과 대부분의 단과대 학생회 선거 시행세칙에서는 연장투표를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총학 선거뿐만 아니라 상경대·이과대를 비롯한 여러 단과대에서도 연장투표가 실시돼 겨우 50%의 투표율을 넘길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연장투표의 만연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며,계속적으로 투표율이 낮아진다면 한 번의 연장으로는 투표율이 50%를 넘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저조한 투표율로 인한 연장투표를 막기 위해 공과대에서는 ‘단선의 경우 투표율 40%가 넘으면 연장투표 없이 개표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005년 공과대 선거 시행세칙을 개정했다. 개정된 시행세칙에 따라 치러진 이번 공과대 학생회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45.3%였다. 그러나 유권자의 절반이라는 50%의 상징적 대표성을 생각해 볼 때 이는 문제의 여지가 있다.

한편 이과대에서는 선거 공고 후 투표를 희망하는 이과대 소속 휴학생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도록 지난 2005년 선거시행세칙을 개정해 휴학생에게도 투표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동시에 투표율의 상승을 꾀했다. 하지만 지난 2005년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휴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이에 대해 당시 이과대 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안지은양(물리·03)은 “홍보가 부족해 참여율이 저조했던 것 같다”고 말했으나 실제로 휴학생이 유권자로 등록해 선거에 참여할 정도로 적극성을 가지기는 힘든 실정이다.


접근장벽을 낮추기 위한 전자투표의 도입


투표율 저조는 투표율이 기본적인 학생참여를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다. 소속 학생들을 대표하고 중요 사안들을 의결하는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의 위상을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투표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 현재의 창구식 투표방식은 투표의 부담을 낮추기 어렵다.

이에 대한 기술적 대안으로 전자투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학사포탈과 같은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온라인일 뿐만 아니라 접할 기회가 많으므로 접근성이 뛰어나 투표에 따른 부담도 적다”는 김상우군(사회계열·05)의 말처럼 인터넷의 접근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현실에서 전자투표는 투표의 접근장벽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자투표가 이뤄진다면 유세의 공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대돼 학생들이 유세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고, 이는 선거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학생 모두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투표 시 발생할 부하를 수용 가능한 학사포탈을 이용한 전자투표는 기술적으로 시행이 가능하다.


단, 포탈에 로그인해 투표할 때 그 기록이 남는다는 점과 학교본부 측이 제공한 서버를 이용한다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로그인 문제의 경우는 투표여부에 관한 정보를 보관하지 않는다면 현재 선거인명부를 통해서 신원확인을 하는 것과 같은 절차라 볼 수 있으며, 학교 서버 사용문제는 학생회 선거의 위기, 나아가서 학생 자치활동의 회복에 대한 공감이 이뤄진다면 실현의 여지는 충분하다. 이에 대해 공과대 학생회장 김용민군(토목·03)은 “오프라인 투표만을 고수할 이유는 없다”며 “전자투표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져 그 장점이 학생사회에 확실히 인식된다면 충분히 실행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투표율 하락과 단선 출마로 인한 정당성의 훼손, 그리고 선본의 미출마로 인한 학생회의 공백은 이미 고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개인의 원자화· 파편화, 학생사회 내의 이슈의 부재와 같은 원론적 문제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원론적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요원하며 연장투표처럼 지금까지 내놓았던 현실적 대안들은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적으로 접근장벽을 낮춰 학생들이 부담없이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 아닐까.


/김영래 기자 lynly@

김영래 기자  lyn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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