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막을 내린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회 중 우리나라가 4강에 들자 정부에서 병역을 마치지 않은 선수들에게 병역면제의 혜택을 주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1백여년 전 우리에게 야구를 전수한 야구종주국인 미국이나 향후 30년간은 우리가 이길 수 없다고 자신하던 일본을 꺾어 대한민국의 국민에게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를 심어준 우리 야구선수들의 노고에 대하여는 깊이 치하할 만하다. 더군다나 신나는 소식이 없는 요즈음 그들의 승전보가 우리 국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더더욱 클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국민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과 기쁨을 안겨주었다고 하여 이를 병역면제의 특혜와 연관시키는 것은 다시 한 번 심각히 고려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은 국민의 합의다. 따라서 국민이 사전에 합의한 것이라면 지켜져야 할 것이나 즉흥적으로 일부국민의 여론에 따라 한 나라의 법, 즉 분단국가의 현실 하에서 불가피하게 국민개병제를 지탱하여온 대한민국의 병역법의 특혜를 논의한다는 것은 곤란하다고 믿는다. 사전에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병역관련법규에 근거를 두어 시행하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당한 사전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미국과 일본 등을 이기고 4강에 진출하게 되었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소급적으로 병역면제의 특혜를 운운하는 것은 선진법치국가를 운위하는 한국의 현실에 맞지 않다. 법이라는 것은 사전에 이루어진 국민의 합의인데 이러한 법이 사후의 우발적 사정에 의하여 농단되어서는 한 나라의 질서가 바로잡힐 수가 없는 것이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선수들이 미국 땅에서 아니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을 크게 떨친 것은 그들의 순수한 스포츠 정신과 애국심의 발로였을 진대 이를 두고 병역면제의 특혜를 베푼다면 어쩌면 그들의 순수성을 폄하하게 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나름대로의 불가피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성년남자라면 국가수호라는 국민의 신성한 의무로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 때문에 병역의 의무에 순응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정부나 여당이 마치 선심 베풀 듯이 사후적 입법조처에 의하여 이렇게 신성한 국민의 의무를 면제시켜주는 행동을 한다면 그와 유사하거나 그에 못지않게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한 행위를 한 다른 국민들의 가슴에 섭섭함과 부당한 생각을 안겨 주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이름을 세계에 떨친 우리 야구선수들의 쾌거는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나 이로 인하여 그보다 더 중요한 대한민국의 원칙을 흔드는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지양되어야 할 것으로 믿는다. 대한민국 법질서의 유지라는 보다 더 큰 가치를 위하여는 이 건과 같은 일부 안타까운 결과가 발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원칙은 지켜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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