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마을 붐이 일고 있다. 지난 2004년 8월 경기도에 영어마을 안산캠프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이후 같은 해 11월 서울시 송파구에 풍납캠프가, 지난 1월에는 성남시에 영어마을이 세워졌다. 서울시의 수유캠프와 경기도의 파주 영어마을이 학생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고, 전남 광양시나 울산의 광동지구 등 전국의 지방자체단체들도 영어마을 설립을 검토하고 일부 공사에 들어갔다.

이처럼 영어마을 열풍이 부는 이유에 대해 김현미 교수(사회대·문화이론)는 “세계화가 서구화를 뜻하는 요즘사회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영어를 잘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이러한 수요들이 반영된 결과”라며 “외국에 연수를 가지 않는 등 비용을 적게 들이고도 영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육서비스가 급부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유재동 기자 woodvil@
지난 16일 국내 영어마을의 선구자격인 송파구에 있는 풍납캠프 영어마을을 찾아갔다. 매주 3백50명의 학생들이 5박 6일 동안 영어로만 대화하며 영어권의 일상생활을 체험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도서관, 경찰서, 우체국 등 일상적인 상황에서 영어를 사용하며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앤다. 또한 가상 레스토랑에서는 서구의 식사에티켓을 배우며 서양의 문화를 체험하게 된다. 숭마 초등학교 6학년 임원아양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영어마을이 재미있다고 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오게 됐다”며 학생들 사이에 영어마을의 인지도가 높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이곳에 입소하는 비용은 16만원. 단기 해외연수에 드는 비용을 고려해 봤을 때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풍납동 영어마을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에 입소하는 학생들 중 20%가 생활보호 대상자의 자녀로 입소비용 16만원은 서울시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사교육비의 과열화로 영어실력도 빈부차이로  인해 천지차이가 되는 현실에서 영어마을은 서민들에게 영어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영어를 사용하게 한다는 취지가 영어 사교육 과열화를 부추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낳게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영어지샹주의가 극단으로 반영된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다. 또한 영어마을은 아직 미성숙한 아이들이 한글을 경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어마을이 이런 염려들을 불식시키고 자유롭게 서양의 문화를 체험하는 곳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어마을이 학원화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영어마을의 설립 목적은 학생들의 국제감각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다.  영어마을이 그 목적에 맞추어 서양과 동양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글로벌 정신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글 양재영 기자 qpwodudqp@
/사진 유재동 기자  wood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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