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新 살아보고 결혼하자』

“다 큰 성인남녀가 누가 누구를 책임져요” 지난 2003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김래원은 이런 말을 하면서 정다빈과 동거를 한다.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동거를 소재로 하여 많은 젊은이들의 눈을 집중시켰던 이 드라마. 시대가 변화하고 젊은이들의 성(性) 인식도 많이 개방적으로 변했지만 한편으로 인터넷 검색창에 동거라고 치면 성인인증 창이 뜨는 지금을 사는 우리들은 ‘인식’과 ‘현실’이라는 두 물살 속에서 표류하고 있다.

『新 살아보고 결혼하자』는 이런 소용돌이를 벗어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는 연극이다. 1990년대 큰 반향을 일으킨 『사기꾼들』이라는 연극을 각색한 이 작품은 현대 젊은이들의 연애에 대한 자화상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종태와 미선은 2년이나 동거를 해왔지만 결혼을 원하는 미선에 비해 종태는 무언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그녀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사랑과 동거, 결혼과 가족이라는 축 사이에서 우리는 어느 좌표에? /극단 '예우' 자료사진

한편 그들의 부모 네명은 상대가 사돈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인 줄 모른 채 서로 엇갈려서 짧고도 달콤한(?) 외도를 경험한다. 미선의 부모가 종태의 부모를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처음으로 이들 여섯명이 모두 만난 그 순간, 여기저기 관객들의 웃음 섞인 탄성이 터진다. 등장인물들의 놀라움으로 커진 눈과 입은 그 크기만큼이나 사랑과 동거, 그리고 결혼과 가족이라는 뒤죽박죽이 돼버린 개념들을 떠올리게 했다.

맞잡은 두 손이 그들에게 필요한 전부. /극단 '예우' 자료사진

동거에서 결혼으로의 진행을 망설이던 종태. 그러나 그 모습은 뭇 우리들의 모습일 것이다. 가수 쿨은 「Jumpo Mambo」에서 ‘같이 삽시다~’라며 서로 잘 맞는지 어떤지를 겪어보자고 했지만 과연 ‘살아보고 결혼해야 하는건지’ 아니면 ‘결혼하고 살아봐야 하는건지’ 젊은이들은 아직 판단하기가 힘들다. 그리고 바람 핀 사람들의 ‘바람 핀 게 미안한 것이 아니라 걸린 게 미안한 것’이라는 무책임한 말을 들을 때면 동거?결혼 둘 다 허무해지기까지 할 것이다. 과연 진정한 사랑과 결혼은 가능한 것인지. 그 해답의 실마리를 극중 미선이 주었다. “당신이 진정 맘을 열고 다가오면 난 당신한테 나를 ‘선물’할거야” 이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무릎을 치게 하는 말이 어디 있을까.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 선물이다. 동거나 결혼은 ‘덤’일뿐 중요한 건 우리 둘이다.

극중 종태와 미선이 나누는 평범한 사랑에 대한 담론이 구구절절이 가슴에 와 닿는 이유는 우리도 평소엔 그들처럼 별 생각없이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런지.

부부를 우리말로 ‘가시버시’라고 한다. 가끔은 티격태격 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부딪히면서 때로는 각시가 가시가 돼 나를 찌르기도 한다. 그래도 사람은 사랑하면서 사는 것이 더 아름답다. 비록 우리는 아직 어린 대학생이고 비합리적인 때가 많다 하더라도 가슴은 뜨겁지 않은가. 그래, 지금만큼은 현실보단 그대의 얼굴을 보자. 그리고 사랑의 신(神)도 나에게 배워야 할거라는 오만함을 가지자.

좌충우돌을 겪은 종태와 미선은 어떻게 됐을까. 무대의 밝았던 조명만큼이나 환한 그들과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보면서 사랑이 익는 이 계절, 봄의 혜화동 거리로 그들을 찾아가 보자. 대학로 청아 소극장에서 오픈런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문의: ☎762-8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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