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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 있는 영화]인종과 성차별을 뛰어넘은 보랏빛영화『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속 ‘우머니즘(womanism)’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호수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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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그녀의 이름 앞에는 언제나 수많은 수식어들이 따라 붙지만, 그 가운데 우리는 ‘흑인 여성’이라는 단어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백인 여성만이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획득할 수 있었던 미국 현실에서, 과연 성공하기 전 그녀는 어떠한 여성이었을까? 혹시 그저 한 명의 흑인에 불과하지 않았을는지….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은 마이너리티 중 마이너리티라 할 만한 흑인 하층 계급 여인의 인생을 다루면서, 블랙 페미니즘을 대중들에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작품이다. 특히나 이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퓰리처상 수상작 소설 『컬러 퍼플』의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는 기존의 백인 중산층 여성 중심의 페미니즘을 비판하는 관점에서 블랙 페미니즘을 ‘우머니즘(womanism)’이라 칭했는데, 이러한 정의는 계급과 인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우머니즘’, 비록 우리에게 아직 낯선 용어지만 오늘날 우머니즘은 페미니즘과 견줄 만한 성과와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다. 우머니즘은 남녀 모두의 생존과 총체적 인간성에 전념하는 보편주의자의 개념을 담고 있다. 이는 서구의 이분법적 사고에 의한 남ㆍ녀, 남성성ㆍ여성성의 개념을 초월하는 전인을 지향한다. 덧붙여 우머니즘의 창시자인 앨리스 워커는 여성성을 표현하는 페미니즘의 색깔이 연보라빛 라벤더 색이라면, 흑인여성의 페미니즘인 우머니즘은 퍼플, 즉 자줏빛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컬러 퍼플』의 주인공인 흑인 여성 셀리는 14살 때 의붓 아버지의 아이를 둘이나 낳은 것도 모자라 그 아이들과 여동생 네티를 모두 빼앗기며 비참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만난 떠돌이 가수 셕은 항상 손을 가리고 웃는 셀리에게 그녀의 미소를 스스로 보도록 도와주는데, 이로부터 셀리는 자신의 모습을 여성으로서 받아들이게 돼 적극적으로 자유를 갈구하게 된다. 마침내 셀리는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 수 십년 동안 헤어졌던 아들, 딸, 그리고 네티와 눈물겨운 상봉을 한다. 노을 속에 비춰진 이들의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은 같은 곳에 있고, 모두가 평등하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건네준다.

세상의 모든 상처를 끌어안고 치유하는 이 영화는 그동안 감히 담론화 시킬 수 없었던 흑인 여성들의 목소리를 대변해줬다. 그렇기에 『컬러 퍼플』이 보여준 그들의 사랑과 열정은 흑인에 대한 모든 비난과 논란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었다.

텅 빈 하늘 속에도, 바위 속에도,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보라색은 어디에도 있다. 단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 뿐. 자연과 삶 속에 있는 작고 떨리는 빛깔을 띤 사람들의 얘기를 쓰고 싶었다는 앨리스 워커. 그리고 그것을 영화를 통해 보여준 스필버그. 이들이 보여준 것은 너는 내가 완전히 다르다고 미리 선부터 긋기 보다는, 서로를 포용하면서 너와 내가 조금은 다르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들의 뜻처럼 모두 다함께 어울려 빛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여성들의 날들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셀리와 네티가 다시 만났던 그 날처럼.

김은지 기자  eunji8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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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컬러 퍼플(The Color Purple)』의 작가 앨리스 워커(Alice Walker) /일러스트레이션 조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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