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차와 이혼하라』/케이티 앨버드(Katie Alvord)저

한산한 도심에 위치한 웅장한 테일러 샵, 노련미가 묻어나는 재단사가 매장 밖으로 나와 한 차의 운전석 앞에 선다. 재단사가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남자는 어쩐 일인지 문도 열지 않고 차에 그대로 앉은 채 팔을 쭉 내민다. 재단사 역시 아무렇지 않게, 마치 항상 그래왔다는 듯이, 차 안에 있는 운전자의 몸 치수를 잰다. 도대체 이 남자의 이상한 행동의 이유는 무엇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이어진다.

‘한번 타면 내리고 싶지 않은 차’ 한 승용차 회사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광고 카피다. 헌데 자동차가 주인공이 되는 여느 차 광고와는 달리 운전자에 초점을 맞춘 이 광고 카피조차도 자동차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줄 뿐이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자동차 보유 대수 1천4백60만대, 자동차 생산 대수 세계 5위인 ‘자동차 왕국’인 한국에서 감히『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라는 이혼 사유서를 건넨 자가 있다. 그는 바로 미국에서 15년 넘게 교통개혁 활동을 벌이고 있는 여성 환경운동가 케이티 앨버드(Katie Alvord)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자동차 문화의 기원을 연인이 맹목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비유해 설명하고, 현 상황을 자동차 중독 문화로 일축했다. 그는 자동차와 사람과의 연애의 과정에서 누가 결혼을 부추겼는지를 밝히고, 그 동안 자동차와의 결혼 생활이 얼마나 인간과 지구를 학대해왔는지를 낱낱이 고발하여 이혼소송을 권한다. 대기오염과 환경오염, 교통사고로 인한 의료비, 도로 건설 및 유지비용 등과 같이 자동차로부터 우리가 얼마나 부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구체적인 통계와 사례를 곁들여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동차와 눈먼 로맨스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에게 자동차를 벗어나는 방법들을 오목조목 가르쳐준다. 더불어 정이 들어 차와의 이혼을 쉽게 감행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는 대체 수단을 최대한 활용하는 ‘카 라이트(car lite)’의 삶을 제안하기도 한다. 

현대인은 죽어서조차 자동차로 운구되기까지 일생을 자동차와 함께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더 편리해지는 생활, 일상에 부대끼며 사는 오늘, 당신이 빼앗긴 이동의 여유는 과연 어디로 갔는지 되묻고 싶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