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캠 건립 발표 당시 학교 측은 일본의 게이오대를 비롯한 해외 유수 대학들을 벤치마킹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도캠건설추진단 기획팀장 이연호 교수(사회대·비교정치)는 “학부대학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는 게이오대와 레지던스 칼리지(Residence college) 형태로 기숙사를 운영하는 스탠포드대·예일대·시카고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대학들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송도캠이 어떤 모습으로 태어나게 될지 알아보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 /그림 서리
현재 게이오대는 본 캠퍼스 4개와 분교 개념의 제2캠퍼스인 쇼난 후지사와 캠퍼스까지 총 5개의 캠퍼스로 이뤄져 있다. 본 캠퍼스는 △주 캠퍼스로서 3·4학년이 있는 미타 캠퍼스 △1·2학년이 있는 히요시 캠퍼스 △공과대학으로만 이뤄진 야가미 캠퍼스 △의과대학이 자리한 시나노마치 캠퍼스로 이뤄진다. 이는 1858년 미타 캠퍼스가 발전을 거듭하자 확장의 필요성을 느껴 30~40여분 거리에 있는 인근지역으로 각각 분리된 것이다. 각각의 캠퍼스는 그 영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으며, 교양수업을 듣는 히요시 캠퍼스의 학부생은 2학년까지의 생활을 마치고 전공이 결정되면 미타 캠퍼스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향후 송도캠의 모습을 예상할 수 있다.

송도캠 건립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우려 중 하나는 학생자치활동의 단절이다. 이는 보통 1·2학년이 활동의 근간이 되는 동아리 활동이 1학년의 분리로 인해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게이오대의 학생자치활동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미타 캠퍼스의 3·4학년들은 전공 공부와 취업 활동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동아리나 학생자치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히요시 캠퍼스에서는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동아리는 물론, 학생회장 또한 히요시 캠퍼스에서 선출되고 있다. 지난 2004년 게이오대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장영기군(경제·99)은 “저학년일 때 충분히 대학생활을 경험하도록 하고 고학년이 되면 전공과 취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합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우리대학교 입장에서는 이를 참고해 학생활동의 단절현상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 낼 필요가 있다.

한편 스탠포드대·예일대·시카고대 등 레지던스 칼리지 개념을 도입한 대학의 기숙사는 흔히 떠오르는 ‘숙식 공간’보다 더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 예로, 이 학교들에서는 기숙사가 자체적으로 유명인사의 강연이나 음악회를 열어 학생들이 학문 이외의 교양을 자연스럽게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학부대학의 교수가 기숙사에 배치돼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등 생활지도를 담당하도록 하기도 한다.

타대학들의 이러한 선례에 대해 이 교수는 “발전된 학교들의 기숙사 운영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대학 최초로 학부대학 분리 및 레지던스 칼리지 개념을 도입할 송도캠. 송도캠 건립이 확정된다면 사전 연구와 면밀한 검토로 국내대학을 이끄는 ‘첫 번째’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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