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5일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의 이월 적립금 내역 공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학내에서는 복잡한 숫자놀음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 의원의 이월 적립금 내역 공개는 ‘1천8백10억원 이월 적립금 환수 운동’으로 이어졌고, 또 5%등록금 인하 선거공약으로 이어져 지금의 ‘43대 총학생회(아래 총학)’를 탄생 시켰다.
그러나 12월 말부터 해를 넘겨 진행됐던 등록금책정심의위원회(아래 등책위)는 시작부터 교수평의회가 불참을 선언, 초반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는 등책위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인 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결국 양측은 입장차만 확인 한 채 4차회의를 끝으로 결렬됐다. 이후 학교측은 총학과 합의 없이 12% 인상안을 확정 발표했고, 그 후 학교본부와 총학생회 측은 골 깊은 갈등의 간격만 유지한 채 ‘침묵’과 ‘투쟁’을 반복하고 있다.
나는 취재1부 기자로써 지난학기 총학 선거를 시작으로 등책위와 최근의 신입생 오티까지 등록금 갈등을 줄곧 취재해 왔다. 그러면서 최근 갈등의 연속을 걷고 있는 학교 본부와 학생 대표측을 지켜보며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등책위 결렬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등책위가 무엇인가? 등책위는 지난 96년 교수 학생 합의문에 명시된 ‘등록금 책정 분과 설치 조항’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96합의문’을 바탕으로 ‘등록금 책정 자문위원회’가 구성됐고 이어 2004년에는 ‘등록금 책정 심의위원회’로 격상시키게 된다. 이로 인해 등책위는 실질적인 심의 기능을 갖춘 등록금 문제의 대표 기구로 위상을 가지게 됐다.
등책위 1기는 여론수렴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내며 비판을 받았지만, 매년 반복되는 갈등과 투쟁의 고리를 끊고 합의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래서 2기를 맞는 이번의 등책위는 앞으로의 존립 및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였다.
물론 이번 등책위 무산이 교수평의회만의 탓은 아닐 것이다. 등책위 소집과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던 학교측과 협상 없이 강경히 5%인하 안만을 주장했던 학생 대표측에도 책임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김을 빼버린 교평의 불참선언은 이번은 물론이고 앞으로 대화와 합의에 의한 등록금 문제 해결의 희망을 깨버렸다.
합의에 의한 해결은 반드시 등록금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 43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대다수의 선본이 ‘소통’이라는 대주제를 내세웠던 것처럼 아직도 학생사회와 학교 사이에는 소통의 부재와 그로 인한 많은 갈등과 불만이 존재한다. 그것을 투쟁이 아닌 안정된 대의 기구를 통해 민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세 구성원의 의지 못지않게 구조적인 틀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새 사립학교법의 대학평의회는 학교의 실질적인 운영 주체들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는 안정적인 틀을 제공할 것이란 기대를 하게 한다. 물론 구체적인 운영 방식과 참여의 폭을 정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소모전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대학평의회는 등책위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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