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보면 자연이라는 곳은 다시 주목해야 할 커뮤니케이션(소통)과 그 도구(언어)의 배움터다. 그 곳에서 우리는 우선 인간만이 언어를 지니고 있다는 우월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오히려 인간 언어와는 다른 언어들을 발견함으로써 인간 언어를 반성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인간 언어의 우수성을 재확인할 수도 있으리라. 자연 속에서 우리는 또한 인간 언어가 다다를 수 없는 곳이 있다는 한계 체험을 하면서 언어적 겸손을 배울 것이다. 그리고 시심(詩心)을 열고 산책을 하다보면 어느새 이런 생각에도 이를 것이다. 자연은 영원히 닫힌 곳이 아니며 언어의 장벽으로 유폐된 곳이어서, 부단한 길트기의 관심과 열정으로, 인간이 언어를 넘어서주기를 바라는 친구요 가족이라는.
자연 속에서의 소통의 학습은 단순한 기술의 취득 과정이 아니라, 생명을 담고 있는 것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기에 더욱 유익하다. 나는 이 생명 학습 또는 자연과의 소통 능력의 함양이, 특히 날로 메마른 단자가 되어가는 듯한 오늘의 세대에게 종요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자연의 청맹과니가 되지 않기를 당부하는 것이다.
지난 세기 프랑스의 언어학자 에밀 벤베니스트는 “인간은 자연 속에 태어나지 않고 문화 속에 태어난다”고 썼다. 그 한 줄의 문장 속에서 문화를 언어로 보아도 무방하다면 “언어 속에 태어나는 인간은 언어를 넘어 자연에 왕래해야 한다”고 이어 말하고 싶다. 지난 겨울, 학교의 소나무를 듣는 언덕에는 눈이 며칠을 쌓여 있었고 청설모가 바쁘게 나무를 오갔다. 오늘은 봄의 전령이 그 자리에 머물다 갔으며 백양로로 이어지는 언덕길 끝 목련 나무에는 시린 연두의 봉오리가 한창이었다. 백양로를 따라 다시 올라오는 학생들에게, 이런 우리 학교 自然 선생의 근황 몇 편도, 전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