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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니아 문화, 그 중심에 가고 싶다"소리없이 문화의 판도를 흔드는 마니아의 위력은 어디까지인가. 당신의 젊음과 열정을 보여주고 싶다면 이 세계로 뛰어들라"
  • 김혜미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호수 1534
  • 댓글 0

당신은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무엇인가가 있나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 으레 반복되는 자기소개. 이름은? 학교는? 취미는? 어김없이 나오는 마지막 질문에 마땅히 답할 것이 없어서 영화보기, 음악감상이라고 얼버무리는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도 식상하다고 느끼는 당신. 그렇다면 지금, “정말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볼 때가 아닐까?
흔히 ‘무엇인가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하면 팬이나 마니아를 떠올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팬과 마니아 사이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수동적인 위치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것이 팬이라면, 마니아는 준 전문가적인 위치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하고 즐기는 존재다. 한 가지 관심사에 열중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을 대변하는 ‘마니아’, 그들은 이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며 우리 곁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팬을 넘어선 마니아들, 다방면에서 활동

연극, 뮤지컬 등을 단체관람, 초대공연으로 저렴하게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면서 젊은이들은 관객 문화의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같은 공연을 네다섯 번 이상 보는 ‘공연 마니아’의 주축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또한 힙합에 관련된 각종 사이트에는 전문적인 식견을 읽을 수 있는 마니아들의 칼럼이 업데이트 되고, 소위 ‘폐인’이라 불리는 드라마 마니아들은 드라마가 이미 종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거운 게시판 공방을 벌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모터쇼에는 세계적인 브랜드의 차에 대한 정보를 세세하게 꿰뚫고 있는 ‘카 마니아’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재현한 코스프레에서도 마니아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 공연 마니아의 모습 /위정호 기자 maksannom@yonsei.ac.kr
마니아의 영향력

이렇게 각종 분야에서 이뤄지는 마니아의 활동은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대학로에서 『난타』 단체 관람을 진행하는 싸이월드 ‘공연 사랑 클럽’의(http://loveperporm.cyworld.com)
com) 운영자 방현승씨(27)는 공연 마니아에서 출발해 공연 기획자라는 직업을 얻었다. “실제 공연을 기획하다보니 마니아들의 비평과 요구사항의 중요성이 느껴진다. 매 공연마다 마니아들의 의견 반영을 통해 공연의 질이 향상되는 것이 눈에 띈다”며 무시하지 못할 마니아의 영향력을 설명했다.
10대 시절 팬의 위치에서 힙합을 즐기던 수준에서 본격적으로 힙합에 대해 배우며 마니아로 탈바꿈한 최현씨(26). 그는 “힙합퍼의 앨범 중에 대중적인 타이틀 한 두곡만 팬을 겨냥한 것이고 나머지 곡들은 전부 마니아를 위한 것이다”며 힙합에서 마니아의 취향이 결정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마니아들 덕분에 힙합 전문지식의 유통경로가 넓어져서 힙합의 발전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평소에도 월드컵 때와 같은 열기로 새벽 경기, 유로리그까지 챙겨보며 관심을 갖는 이들, 바로 ‘축구 마니아’들의 영향력도 대단하다. ‘붉은 악마’ 정식회원으로 활동했던 문봉균군(경제·04휴학)은 “대학생이 된 뒤 자료나 정보를 본격적으로 찾아본다”며 “축구 마니아들은 주로 ‘싸커라인’등 축구 전문 포탈에서 전력 및 선수에 대해 전문적인 수준으로 분석하는 활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인형 /위정호 기자 maksannom@
마니아가 있었기에 가능한 문화

이렇게 영향력을 과시하는 ‘마니아’들의 문화 중에서 유독 소규모의 마니아가 전적으로 이끌어가는 분야가 있다. 영화 『인형사』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구체관절인형’이 그것이다. 이 인형은 동그란 관절 때문에 사람처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살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홍대 앞 구체관절인형 판매점 근처 카페에는 인형 사진을 찍는 마니아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인형 마니아 김효정씨(20)는 “마니아들의 요구가 워낙 다양해서 판매 전문점에서 마니아들의 주문을 적극 수용하여 물품을 구비해두는 편이다”며 마니아가 구체관절인형 문화와 산업의 발전을 이끌어왔음을 나타냈다. 또한 ‘인형’이기 때문에 10대 마니아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공장에서 획일적으로 찍어낸 인형과는 달리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구체관절인형의 매력에 빠진 20대가 인형 마니아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귀띔했다.


Be a Mania!

‘대학 문화의 부재’를 문제로 삼는 목소리가 들려온 지 오래다. 대학생의 관심사는 학점, 연애, 취업으로 국한되고 열정을 쏟을만한 문화가 없는 현실에 공허함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렇다고 더 이상 한탄만 하지 말자. 입시제도에 얽매였던 10대 때와는 달리 좀더 여유를 갖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20대만의 열정을 쏟아 사랑할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종전의 마니아 문화는 자신의 영역에 대한 지나친 애착으로 다른 사람들의 침범에 날카롭게 반응하는 등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존재했다. 하지만 요즘 마니아들은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현실과의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 대중문화에 휘둘리는 객체가 아니라 다양성과 전문성을 토대로 문화의 공급자와 대등한 주체로 거듭날 기회가 ‘마니아 문화’에 있는 것이다. 그 속에서 ‘나’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립할 수 있으며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인간관계 또한 함께 주어진다. 이제, 망설이지 말고 ‘우리를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하는 힘’이라는 마니아 본연의 의미를 직접 발견해보자. 당신이 열광적으로 사랑하는 것, 그것은 당신을 대표하는 것이니까.

김혜미 기자  lovelyh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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