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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우리가 잃어버린 정의는 얼마짜리인가연극 『시민쾌걸』
  • 조한진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호수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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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클럽 '시민쾌걸' 자료사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봉산탈춤』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시대가 금전이면 그만인데…우리끼리 노나 쓰도록 하면, 샌님도 좋고 나도 돈냥이나 벌어 쓰지 않겠소.” 『봉산탈춤』이 만들어진지 2백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공방(孔方)은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는 듯하다. 영화 『홀리데이』에서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치며 쓰러졌고,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토플 시험 양도비 프리미엄은 몇십만원을 웃돌았다. 2006년,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 우리의 자화상 스케치는 어떤 곡선을 그릴 것인가. 그리고 과연 우리들과 순수한 마음(물질이 아닌) 사이의 거리는 빅뱅 이후의 우주처럼 멀어지고 있는 것인가.

『시민쾌걸』은 이러한 질문에 대답을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1999년부터 5년 7개월 동안 「스포츠투데이」에 연재됐던 만화 ‘시민쾌걸’을 각색한 이 연극은 명예퇴직을 당하고 비디오 대여점을 차린 주인공 정의봉에게 정의의 사도 ‘쾌걸조로’로서의 능력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보여준다. 그는 “민족의 특단!”이라고 외치며 비리 정치인, 원조교제자 등에게서 정의를 지켜낸다. 그런데 사실 이 조로는 조만장자 ‘마이더스’가 만든 것이었으니 이 인물 설정은 금전이 정의가 돼버린 현실을 대변한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고 말하는 모 카드회사 광고를 떠올리게 할 만큼 돈도 많고 외모까지 출중한 마이더스. 그리고 ‘물질’로 치장된 그가 정의의 사도를 만들었다는 모순. 그런데 이런 그의 모습은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갈망하는 모습이고 나아가 21세기의 새로운 정의(正義)가 돼버린 듯하다.

우리의 평범한 가장 정의봉. 소심한 사람이었던 그는 아내나 딸에게 큰소리 한번 못치곤 했었다. 그러나 그는 위대한 소시민이었다. ‘감히’ 재물의 상징 마이더스에게 “내 말이 말같지 않아!”라고 호통치며 조로 망토와 눈가면을 집어 던진다. 몇십억을 운운하며 그를 유혹하려던 마이더스에게 마치 정의는 물질이 아닌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려는 듯이.

요즘은 돈이 최고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라면? 그렇다면 참다운 정의는 흔적도 없이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정의봉은 무척이나 참기 힘들었던 마이더스의 유혹을 물리치는 방법을 어떻게 알았을까. 혹시 정의가 외치는 말을 들은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내 말이 들리지 않아!?"

그의 정의 수호 방법이었던 ‘민족의 특단(쾅 하고 번개 내리기)’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전기값이 2백50만원이나 나온 정의봉. 어려운 사정 때문에 술 마시고 비를 맞으며 한탄하던 그의 뺨 위로 흐르는 눈물 속에서 관객들은 모두 고개를 감추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고 있다. 구름 뒤에는 해가 숨어 있고 모든 일은 사필귀정으로 귀결된다는 것을. 잠시 잊어버린 것뿐이다. 정의를 지키려는 마음이 사라진 것이지 정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마음을 되찾는 방법을 정의봉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떨지. 오는 19일까지 대학로 연우 소극장에서 그 대답을 들을 수 있다. (문의: ☎735-0530)

조한진 기자  jini72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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