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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젊음의 샘, 문학의 한 가운데서유종호 교수 퇴임기념 강연회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호수 1534
  • 댓글 2

▲ 백발의 모습으로 퇴임을 축하받고 있는 유 교수지만, 그의 학문 나이는 여전히 청춘임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 조진옥 기자 gyojujinox@

"저의 생애 중에서 가장 생산적이고 가장 따뜻한 10년이었습니다”

지난 2월 23일, 알렌관 무악홀에서는 유종호 특임교수(문과대ㆍ국문학)의 퇴임식 및 퇴임 강연이 있었다. 올해로 만 10년째 우리대학교와 인연을 맺고 있는 유 교수는 전후 문학 1세대로 50년 가까이 문학 비평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 비평계의 산증인이다.

대학원생들의 기말 리포트에 일일이 코멘트를 달아 우편으로 보낼 만큼 자상함을 지닌 유 교수의 퇴임식을 기념하고 우리대학교에서 진행되는 그의 마지막 강연을 듣기 위해 무악홀은 그의 제자들로 가득 찼다. 국어국문학과가 주최한 이번 퇴임 기념 강연회에서 유 교수는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한 시대의 정신을 관통한 비평가이자 한국 현대 문학의 대들보로서 우리 시대의 살아있는 인문학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퇴임식은 유 교수의 가르침을 글쓰기의 균형을 위한 향상적 규율로 여기고 있다는 제자들의 추억담 및 김철 교수(문과대ㆍ국문학)의 축사, 그리고 유 교수의 퇴임사로 이어졌다. 교정을 떠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은 의외로 밝았다. “육체와 정신의 큰 변고 없이 학교를 떠나게 된 행복을 마음속에서 자축하고 있다”고 이야기를 꺼낸 그는 퇴임식에 참석한 젊은 학생들을 위해 몇 가지 우정의 전언을 건네었다.

"최근 들어 외솔관과 위당관 교실에서 한국 문화와 문학을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들을 쉽게 접한다”며 한 세대 전에는 상상할 수 도 없었던 우리의 향상된 국력과 국제적 지위를 실감한 유 교수는 문인이전에 한국인으로서 느낀 긍지와 보람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과거사가 비관론을 부추긴다면, 우리의 최근사는 낙관론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룩한 사회적 성취를 생각하여 설령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우리는 자신과 긍지를 가지고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오늘의 풍요로운 생활에 무감한 젊은이들에게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 후, 유 교수는 부지중에 퍼져있는 젊은 세대들의 정답 신앙과 편향된 원리주의에 대해 솔직한 소회를 토로했다. 유 교수는 학생들의 논문이나 과제물에 가장 빈번히 인용되는 문헌을 예로 들면서 “문학 작품이 보여주는 것의 하나는 삶이 제기하는 문제에 단일한 정답이 없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일찌감치 편향성에 구속되면 지적인 발전이나 균형 잡힌 시각을 기약할 수 없다는 그의 우려 섞인 목소리였다. 덧붙여 그는 오늘날 글로벌 시대의 지식인이자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에 대해서도 심도 있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계속해서 그는 “명망가의 말을 곧이 듣기 보다 모든 것을 검토하고 확인하는 것이 책임지는 시민, 지식인, 인문학도로 살아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라며 쏠림 현상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일방적인 해석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유 교수의 비평적 업적이 척박했던 한국의 현대문학을 비옥하게 하는데 얼마나 중요했는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학계 모든 이들은 숙지하고 있겠지만, 그의 깊은 통찰력은 정신의 사물로서의 문학을 다시금 깨우치게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비속화되어 가는 세계 속에서 예술 문학과 예술 음악을 지키는 것도 인문학도의 한 소임이라고 학생들에게 조언했다.

강연이 끝나고, 김지숙씨(국어학ㆍ박사1학기)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풍부한 유머 감각을 겸비하신 풍류가 같은 인상이었다”며 “신ㆍ구세대 간의 이해와 조화를 추구하는 입장을 온화하게 받아들이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우리대학교에 부임했던 첫날부터 강단을 떠나는 날까지 매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사람은 자신이 되고 싶은 대로 된다”고 말했다는 유 교수. 그는 뭐니뭐니해도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며 행복하라는 끝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무한속의 약동, 약동속의 무한을 감지하는 것, 그것이 문학의 길이고 사람의 길임을 가르쳐준 그가 이제는 학교를 떠나 문인외길을 가지만, 그는 우리 모두에게 하나의 커다란 지평으로 일생동안 기억될 것이다.

김은지 기자  eunji85@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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