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부터 지금까지 1백30억년의 장구한 시간을 담고 있는 공간, 우주. 그 나이만큼이나 우주는 신비에 쌓여있는 미지의 세계다. 그렇기에 우주는 수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돼왔다. 갈릴레이, 아인슈타인, 허블, 호킹처럼 우리에게 그 이름이 친숙한 과학자들 역시 우주의 비밀을 찾기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쳤다. 그리고 우리대학교

에서도 우주의 신비를 향한 힘찬 항해를 펼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구상성단의 이중 색분포 현상 규명」을 발표한 자외선망원경연구단(아래 연구단)이다.

최근 연구단이 발표한「구상성단의 이중 색분포 현상」에 대한 연구 결과는 ‘천문학계의 패러다임을 바꾼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받으며, 『아스트로피지컬 저널』,『사이언스』를 비롯한 국내외 언론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논문 발표 이전부터 연구단은 빛나는 성과로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997년 설립 이후 1999년 ‘오메가 센타우리’가 우리 은하와 충돌한 왜소은하라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해 『네이처』에 논문을 실은 것을 비롯해, 지난 2002년에는 우리 은하의 구상성단이 색에 따라 양분돼있다는 ‘오스터호프 이분법’을 최초로 규명하기도 했다. 이번 성과 역시 이전 연구 결과들과 관련돼 있다. 연구단장 이영욱 교수(이과대·항성진화)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들이 주로 우리 은하의 구상성단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면 이번 성과는 위의 연구들을 바탕으로 외부 은하까지 그 영역을 넓힌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연구단이 연구해온 구상성단은 우주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존재했다 하여 흔히 ‘우주의 화석’이라고 불린다. 그렇기 때문에 구상성단을 연구하는 것은 성단 자체의 진화와 생성환경뿐만 아니라 은하의 생성 환경이나 진화, 나아가서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이러한 구상성단은 성단 내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인 중원소의 함량에 따라 별들의 색이 나눠진다. 흔히 중원소가 많은 별일수록 늦게 만들어진 별, 중원소가 적은 별일 수록 일찍 만들어진 별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원소 함량이 많은 별은 붉은색, 중원소가 적은 별은 푸른 색을 띈다. 구상성단의 별들은 중원소 함량에 따라 크게 푸른 빛과 붉은 빛 두개의 그룹으로 나눠지는데, 이를 ‘이중 색분포 현상’이라고 한다.

기존의 학설에서는 중원소 함량과 성단의 색의 관계를 정비례 관계로 파악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생성 시기를 공유하고 있는 한 은하에 중원소 함량이 극단적으로 다른 두 성단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상식대로라면 생성 시기에 따라   중원소 함량에 따른 별의 분포가 완만한 정규분포 곡선을 이루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학설에 따른다면 마치 대한민국의 국민이 10대와 50대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비유와 같은 이야기가 된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색깔을 낼 수밖에 없는 성단이 한 은하에 섞여 있다는 학설이 제기됐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1977년 MIT 천문학과 주어리 툼리(Juri Toomre) 교수가 제안한 ‘나선은하병합이론’이 큰 지지를 받게 됐다. 나선은하병합이론이란 타원은하의 형성은 나선은하들의 충돌을 통해 생성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애초부터 이질적인 두 성단이 함께 존재하게 됨으로써 이중 색분포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연구단은 외부 은하의 NGC 6093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중원소 함량과 성단 색깔의 관계가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변곡점이 존재하는 비선형 비례관계’임을 확인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존 학설의 경우, 수소핵융합단계의 별들에만 주목했지만 우리의 경우 수소핵융합단계 별 뿐만 아니라 헬륨핵융합단계의 별에도 연구의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헬륨 핵융합을 일으키는 단계의 별들의 영향으로 한 성단에서 두 가지 빛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학계에서는 수소핵융합단계 별을 기준으로 한 성단이 색 분포에 따라 두 개의 빛을 낸다고 생각하고, 중원소 함량과 색깔의 관계가 정비례 관계를 이룬다고 봤다. 하지만 헬륨핵융합단계 별들의 영향으로 중원소 함량과 색깔 간 관계가 '비선형 비례 관계’로 수정됐던 것이다.

▲ 마치 쌍봉낙타 혹 모양의 왼쪽 중단 그래프와 같이, 구상성단의 색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기존 학계는 오른쪽 상단 그래프처럼, 별의 나이를 결정하는 중원소 함량과 색깔과의 관계를 정비례 관계로 파악했다. 그 결과, 성단 내에서 소년층과 노년층별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반면 연구단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측 하단 그래프처럼 중원소 함량과 색깔의 관계가 변곡점이 존재하는 비선형 비례 관계임을 증명했다. 그 결과, 중원소 함량에 따라 정규분포를 이루는 그래프가 탄생했다.

따라서 별의 색깔과 중원소 함량을 정비례 관계로 파악했던 기존 학설과 이를 바탕으로 한 ‘나선은하병합이론’은 재고돼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교수는 “우리의 이론은 기존의 나선은하병합이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은하 간 합병이 존재할 수는 있으나 극단적인 은하간의 충돌이 흔히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연구단의 결과는 최근 허블 망원경 관측 결과와 일치하기도 한다.

국제적 망원경이나 천문대도 존재하지 않는 열악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어떻게 이런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게 됐을까. 이 교수는 “박사급 인력이 3백여명이나 되는 하버드 대나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같은 외국 연구단과 경쟁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독자적인 기술 확보와 훌륭한 인력”이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현재 연구단의 수는 외국 연구단에 비해 적지만 세계 유수대학 못지않은 우수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번 논문에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린 윤석진 교수(이과대·은하와 성단의 형성과 진화)의 경우, 지난 2002년 오스터호프 이분법 규명 논문에도 이름을 올린 것을 비롯해,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옥스퍼드 대학교에 연구원으로 가기도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이학박사, 이원철 박사를 시작으로 매우 깊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천문우주학에 대해 이 교수는 “몇십년  전만 해도 천문우주학을 한다고 하면 춥고 배곯는다며 말리기 일쑤였다”며 웃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망이 밝은 분야중 하나이자, 국가적으로도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며 천문우주학의 밝은 미래를 밝혔다. 그리고 이 교수는 “천문우주학에 적성이 맞고 무엇보다 이 학문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천문우주학은 기원을 밝히는 학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영욱 교수. 이 교수의 바람처럼 우리대학교 자외선망원경연구단이 은하를 넘어, 커다란 우주 공간의 기원과 신비를 밝혀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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