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쉽게 볼 수 있는 동물과 관련된 TV 프로그램 중에는 유난히 ‘개’에 관련된 내용이 많다. 또한 각종 팬시 용품에서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한편 해마다 복날이 되면 보신탕 등의 식용으로 쓰이는 ‘개’. 이렇게 우리 생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친숙하게 다가오는 개는 과연 조상들에게 어떤 존재였을까. 2006년 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국립 민속박물관에서는 ‘우리의 오랜 친구, 개’ 특별전을 열어 다양한 유물을 통해 그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 /사진 조진옥 기자 gyojujinox@yonsei.ac.kr
이번 전시회는 크게 ‘십이지(十二支) 속의 개’와 ‘벽사의 개’ 그리고 ‘일상의 개’의 세 가지 주제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주제인 ‘십이지 속의 개’에서는 생소한 ‘십이지’에 대해 십이지명 뼈항아리와 해시계를 통해 설명돼있어 십이지 속 ‘개’의 위상에 대해 쉽게 알 수 있다. 두 번째 주제, ‘벽사의 개’는 ‘개모양 흙인형’에서 드러나는데, 이 인형은 무덤의 껴묻거리로 쓰여 벽사(악귀를 막고 죽은 사람을 보호함)의 기능을 수행했다고 한다. 전통문화에서 개는 단순히 집을 지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던 것이다. 여러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는 개가 등장하는 조선 후기 민화들은 마지막 주제인 ‘일상의 개’ 아래에 나열돼있다. 특히

「개와 오동나무」는 다양한 작가에 의해 그려져 주목할 만하다. 오동나무의 상서로움과 함께 개를 통해 평안한 시절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조상들의 소망이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묻어나온다.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불을 끄고 주인의 목숨을 살린 개의 민담을 재현한 민화에서는 충성스러운 개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각종 유물 외에도 전시회 한 켠에는 체험 공간이 마련돼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린이들이 흥미롭게 따라하는 3D장치뿐만 아니라 사주와 연관된 윷점보기 코너가 있어 어른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해 볼 수 있다.


불씨 보존이 중요시 여겨졌던 옛날 화로 윗부분에 개의 문양을 새겨 불씨가 지속되기를 바랐던 조상들의 소박함을 느껴보고 싶다면, 익살맞게 몸을 긁고 있는 여유로운 개의 모습에 웃음 짓고 싶다면 이 전시회의 문을 두드려 보자. 청동거울에서 그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을 만큼 오랜 옛날부터 조상들의 곁에서 함께해온 우리의 친구 개가 반갑게 맞아 줄 것이다. 오는 2월 2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문의: ☎3704-3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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