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함께 했던 그 모든 일들이...

무대가 어두워지면서 막이 내린다. 무대 앞에는 꽃을 들고 그들이 기다리는 관객들이 있고 배우들은 감사한 마음에 눈을 감는다. 사진을 찍으며 서로 즐거워 하는 배우와 관객들. 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이 순간을 위해서였을까. '연세극예술연구회(아래 극예술연구회)'가 워크샵으로 준비한 제50회 명량순정뮤지컬 『쑥부쟁이』. 공연을 본 윤성호씨(20)는 "공연을 준비한 친구를 보기 위해 온 것이지만, 재미있었어요. 배우들의 캐릭터도 개성 있었고 노래도 예쁘게 부르더라구요"라고 말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극예술연구회의 공연에는 배우의 친구들만 오는 것은 아니다. 수업의 참고를 위해서나 그저 극예술연구회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도 상당수다. 단지 극을 보고 싶어 극회를 찾는 학생들. 이런 모습이 대학 극회가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일지 모르겠다. 

▲ 관객을 몰입시키는 열연의 주인공들, 극예술연구회 /신나리 기자 옛날 어느 마을에 가난한 대장장이의 맏딸은 생계를 위해 매일 산과 들을 돌아다니며 쑥나물을 캤다. 사람들은 이런 그녀를 '쑥부쟁이'라 불렀다. 어느 날 그녀는 산 속에서 함정에 빠진 사냥꾼을 구해주며 그와 사랑에 빠진다. 그녀는 그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에 올라 그를 기다린다. 뮤지컬은 쑥부쟁이라는 꽃에 담긴 사연많은 설화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설화를 표현한 뮤지컬은 한 편의 재미있는 코미디였다. 유쾌한 대화와 장난끼 넘치는 춤에 관객들은 극에 몰입한다. 이 작품을 제안했던 연출 하나래양(노문 ㆍ02)은 "2년 전에 했던 공연인데 너무 재밌어서 기억에 많이 남았다"며 "배우가 즐겁게 공연하고 관객들 또한 즐겁게 보는 것이 공연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기에 이 작품을 고르게 됐다"고 말한다. 하양은 "배우의 목소리가 극장을 압도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더욱 서로를 아끼게 되는 것 같아 만족한다"고 말했다. 뮤지컬은 사실 단 한 시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한 시간을 위해 그들은 11주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9월경부터 첫 연습을 시작한 이들. 아직은 연기에 낯선 배우들을 위해 기본적인 무대훈련만 약 1달간 계속했다. 뮤지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를 위해 발성연습을 했으며 움직임만으로도 생각을 표현하는 훈련에 매진했다. 공연을 함께 할 상대배우와의 교감도 연습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과정! 그들은 눈빛만으로도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지 알아내야 했다. 무대감독 정희경양(건축 ㆍ04)은 "말없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 말없이 움직임만으로 표현해 내는 것 역시 쉽지 않는 일"이라며 "눈빛만 봐도 아는 사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실감했다"고 말한다. 10월에 이르러 무대 적응이 어느 정도 끝났다. 14일에 시파티(始party)를 시작하며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이때부터 그들은 쑥부쟁이를 위한 커다란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그들은 연극위에서 자신이 연기할 위치를 정한 후(블로킹), 그 커다란 움직임의 세부(디테일)를 칠해나갔다. 다음에 그 완성된 장면들을 이어나가더니(런스루) 마지막에 이르러 처음부터 끝(런스루)까지의 연기가 이뤄지기 시작헀다. 한편 그들은 만능이 돼야 했다. 연기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며 악기 하나 정도는 다뤄야 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참새 소리와 뻐꾸기 소리도 낼 줄 알아야 했으니 말이다. 쑥부쟁이 2세 역할을 맡은 박운주양(인문계열 ㆍ05)은 "뮤지컬의 특성상 대사전달 뿐 아니라 노래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데 이 점이 제일 힘들었다"고 밝힌다. 11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는 훈련이 계속되며 단원들은 지쳐갔다. 매일 6시에서 10시까지 남아 연습을 했으니 말이다. 노루역을 재미있게 소화한 신은지양(인문계열 ㆍ05)은 "특히 공연이 가까워질수록 예민해져 작은 지적에도 상처를 받고 운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살짝 미소를 보인다.
그 때문이었을까. 언제부턴가 그들은 연습의 시작과 끝에 둥글게 모여 서로 손을 잡기 시작했다. 음악을 맡은 김영지양(작곡ㆍ05)은 "서로의 마음을 모으는 거다"라며 "각자가 돌아가면서 자신의 지금 마음 속 상태를 말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설명을 해준다. 힘든 과정이었음에도 아파서 도중하차한 한 명을 빼고는 모두들 끝까지  『쑥부쟁이』와 함께 달렸다.

공연을 앞둔 11월 마지막주에 그들은 무악극장에 들어갔다. 손수 세심하게 무대를 꾸며가며 관객들에게 던질 질문 하나하나 신경쓰는 그들. 연출하는 하양은 배우들에게 부탁한다. "극장을 찾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를 찾아온 사랑스럽고 소중한 관객들이야 그 얼굴을 한 번씩은 마주치고 함께 공감을 할 수 있도록 만들길 바래." 

그 부탁이 단원들의 머릿 속에 남아있던 것일까. 커다란 북소리 속에서 배우들은 공연 내내 극장 내를 휘저으며 관객들을 압도했고 곳곳에서 웃음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과 기쁨을 선사할 수 있었던 공연. 단원들이 긴 시간동안 함께했던 모든 일들은 바로 그 한 순간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