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나리 기자 journari@
저마다 말로 큰소리를 내는 세상이다. 그 속에서 소리없이 글로 더 큰 소리를 내고 마음을 전하는 동아리가 있다. 바로 서예를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중앙 동아리 ‘서우회’다. 지난 1980년 그림을 그리는 동아리인 화우회에서 글씨를 즐겨 쓰는 사람들이 따로 나와 시작된 서우회는 올해로 26주년을 맞이했다. 다양한 학과와 학번의 학생들이 모여 서예에 대한 관심을 나누는 서우회는 현재 약 30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흔히 서예동아리 하면 ‘차분함’,‘정제됨’이라는 이미지만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들여다볼수록 ‘풍류’와 ‘자유로움’이라는 두 단어가 연상된다. 우선 서우회에는 매주 목요일에 법첩(비석에서 탁본한 체본)을 따라 쓰는 활동 외에는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강제적인 요소가 없다. 내키는 때 동아리 방을 찾아가 글씨를 쓰고 마음을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서예의 매력은 마냥 틀이 없고 제멋대로인 방종보다는 오히려 규칙이 있기에 그것을 뛰어넘어 표출할 수 있다는 졈이라고 정영진군(세라믹·01)은 말했다.

서우회는 매년 정기적으로 봄, 가을 두번에 걸쳐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지난 1~3일에 대강당 3층 로비에서 열린 51회 가을 정기 전시회에서는 정해진 틀을 존중하면서도 개성을 살린 서우회의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법첩을 그대로 옮겨적어 정형성을 갖춘 봄의 임서전과는 달리, 가을 전시회에서는 탄탄히 쌓은 기초를 바탕으로 회원 각자의 특성을 드러낸 서예 작품들이 전시됐다. 단순히 글씨 뿐만 아니라 전각을 이용한 도장과 탁본도 선보였다. “서예는 딱딱하고 고리타분한 게 아니다. 글씨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시도가 가능하다”고 선물로도 손색없을 만한 은점토 전각 장식을 만든 윤은혜양(국문·01)이 설명했다.

서우회의 활동은 정기적인 학내 전시회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학교 근처의 백화점에서 전시요청이 들어와 이에 응한 적도 있고, 남산 도서관에서 열린 전각 전시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서예동아리가 각 학교마다 하나 밖에 없는 곳이 많아서 다른 학교의 서예동아리와 교류가 활발한 편이다. 그렇지만 서우회가 우선으로 삼는 교내 활동에 있어 상황이 열악한 점에 대해 아쉬워했다. “우리대학교 내 전시·창작 분과 동아리들은 학내에 전시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가끔 일정이 겹치기도 한다”며 “학내에 제대로 된 전시 공간이 없다는 점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회장 이재범군(전기전자·04)은 덧붙였다.

“요즘은 동아리 활동을 시간 낭비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시절 소중한 추억일 뿐만 아니라 졸업 작품을 내고 연서회(졸업 후 동문들의 정기적인 모임)에 들어가 서예를 평생의 취미로 간직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빛나는 윤양의 눈에서 서예와 서우회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자신들만의 멋을 ‘서예’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그들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을 찾아오는 이들이 있어 앞으로도 서우회가 계속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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