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 연구원 '독서와 토론'

 

/사진 조진옥 기자 gyojujinox@yonsei.ac.kr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난자 매매 여부가 화제가 되고, 로봇 ‘휴보’가 부산을 찾은 세계 정상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신문 지면을 장식한다. 이처럼 오늘날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과학에 관심을 가진다. 과학에 대한 갈증으로 목마른 학생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하는 수업이 있다. 바로 천문대 이명현 연구원의 ‘독서와 토론(아래 독토)’이다.

 

 우리대학교에서는 ‘독토’강좌가 10개 남짓 분반이 개설된다. 이 중에서 이 연구원의 독토는 인문과학을 주제로 다루는 다른 독토와는 달리, 과학 분야를 주제로 다룬다. 독토 수업에서 과학 분야를 다루게 된 이유를 묻자 이 연구원은 “과학 분야를 책을 통해 다룸으로써 학생들이 보다 쉽게 과학에 다가갈 수 있게 하고, 자연과학의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소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특히 생명 과학을 주요 주제로 삼고 있었는데, 그는 이에 대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과학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의a 독토는 20명 이하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된다. 교재는 『두 문화』, 『코스모스』, 『과학혁명의 구조』 등 과학 관련 서적들이다. 개별 활동 및 조별 활동, 매 학기 세 편의 독후감과 한 편의 주제보고서를 성적 평가에 활용하며 중간, 기말 시험은 없다.

 

 지난 25일(금) 수업은 『우리는 매트릭스 안에 살고 있나』를 각자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었다. 학생 수는 적었지만 모두 진지하고 열성적이었다. 본격적으로 토론이 시작되자, 학생들은 마치 실용영어회화 수강생들처럼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파란약과 빨간약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데부터 양자 역학까지 다양한 주제의 토론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영화 속에 나타난 과학과 철학을 탐구하고 자신의 지평을 넓히고 있었다.

 

“교수가 직접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무거운 주제들을 가볍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는 박지순양(식품영양학쪾02)의 말처럼 이 연구원은 학생들과 같이 토론하고, 책과 영화에 관련해 학생들이 보다 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거리들을 던져줬다.


 이 수업은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연구원은 매 학기 독토 수업마다 과학 관련 도서를  출판한 저자를 초청해 간담회를 가지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오늘 28일(월)에 『해리포터 사이언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 등을 쓴 이정모씨를 초청한다.    


“지난 학기 DNA와 유전자에 관련된 수업을 들었던 한 학생은 종교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한때 교회 다니는 것을 그만두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된 수업을 통해 종교와 과학에 대해 폭 넓은 시각을 가지게 됐고, 지금은 다시 교회를 다니고 있다”며 인상깊었던 사연을 소개한 이 연구원. 이어 그는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두려움을 걷고, 적극적으로 세상에 대한 탐구를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바람처럼 독토 수업이 과학과 세계를 탐험하는 학생들의 길잡이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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