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구석이 있다? 인터넷 지식거래시장의 이면

기말고사가 다가오면서 리포트들이 하나둘씩 늘어가지만 리포트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대학생은 별로 없다. 지식거래시장에서 단돈 몇백원만 지불하면 자신에게 꼭 필요한 리포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거래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몇 년 전 공모전을 주최한 한 대학관계자가 “선정작업이 심사(審査)가 아닌 수사(搜査)였다”고 말한 것처럼 지식거래시장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순기능만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얼굴을 가진 지식거래시장

 

지난 2000년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지식거래시장은 5년만에 1백여개 업체가 경쟁하는 1백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식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포털사이트들 역시 속속 지식거래시장에 진입하면서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식거래시장의 주요한 고객층은 바로 각종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대학생들이다. 한국소호진흥협회 부설 뉴비즈니스연구소(소장 계명대 경영정보학과 김영문 교수)가 최근 대학생 5백51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유료컨텐츠 이용목적을 조사한 결과 벨소리 등의 모바일컨텐츠(22.8%)와 커뮤니티 아이템(22%)에 이어 리포트 구입(16.5%)이 3위를 차지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렇게 판매된 리포트들은 학생들이 짜깁기를 위해 사용하는 ‘원재료’가 된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지식거래업체 ‘해피캠퍼스’를 운영하는 에이전트소프트 김한승 운영실장은 “표절문제는 본래 생각하지 못했다”며 “축적된 지식을 통해 발전된 지식을 재생산하는 것이 본래 의도였으나 개인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자료를 이용했던 학생들의 학교와 학과를 알려주는 서비스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해피캠퍼스 측은 지속적인 문화개선 캠페인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캠페인만으로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식거래시장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담보되기 힘든 자료의 질이다. 해피캠퍼스의 경우 10명 정도의 자료관리팀이 자료의 저작권 침해 여부와 편집상태 등을 검토한다. 하지만 하루에 몇 백건 씩 올라오는 신규자료들을 일일이 검토할 수 없기에 구매자가 지불한 금액만큼의 가치를 얻을 수 없을 수도 있다. 김 실장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세세한 부분까지 완벽하게 관리하기는 힘들다"며 자료 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한편 지식거래시장이 노하우보다 ‘노웨어’가 강조되는 현대 사회의 흐름에 부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진우 교수(경영대․인지정보공학)는 “지식거래시장은 그동안 간과됐던 지식의 가치를 재발견했기에 비즈니스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거래업체들의 해외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해피캠퍼스가 지난 2002년과 2004년 중국과 일본으로 잇달아 진출했으며 같은 지식거래업체인 비즈폼과 레포트월드 역시 아시아권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해외시장은 선점 업체가 없는 블루오션 시장이기에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리적인 논란 속에서도 새로운 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지식거래시장, 정보화시대가 낳은 우리시대의 새로운 고민거리다.

 

                                지식거래의 미래, 그대 손에 달렸다

 

지식거래 업체들은 '온라인 지식거래 컨텐츠를 통해 기존과 다른 온라인 지식거래 문화를 창조하고 지식기반 사회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서관에서 단잠을 자고도 '믿는 구석이 있다'며 웃음 짓는 광고를 내보내는 그들의 모습은 분명 이율배반적이다. “미국사회는 표절을 엄격히 제재하는 사회적 합의가 자리잡아 리포트 거래사이트는 불법이다”라는 브라운대학교(Brown University, 미국) 김현재군(일반학부· 05)의 말처럼 베끼기를 범죄로 인식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곱씹어볼 필요가 여기 있다. 기존의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지적재산을 생산할 최소한의 독창성이 결여됐다면, 그 정보는 그저 재생산을 위해 재생산된 '잉여'정보일 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서비스업체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다. 학생들은 리포트를 구입은 정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일 뿐 그것을 자의대로 사용할 권리까지 구입한 것이 아님을 인식해야 한다. 업체들도 자료의 무단전재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등 지금까지의 모순적인 태도를 벗어나야 한다. 이러한 변화가 이뤄질 때 지식거래시장은 '표절 도우미'라는 오명을 씻고 지식기반사회의 첨병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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