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보면 그 사회의 문화정신적인 수준을 읽을 수 있다.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미국의 엠파이어 스태이트 빌딩처럼 각 나라를 대표하는 건축물 하나쯤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건축을 단순히 건물로만 여기며 예술로서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었다. 그러던 얼마 전 서울시에서 주최한 ‘서울사랑시민상’ 건축부문에서 삼성미술관 리움과 인사동 쌈지길이 선정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예술로서의 건축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건축물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건물을 짓는 육체적인 노동자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사회학자와 같은 건축가가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현대 사회에서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려 놓으며 오늘날 현대 건축의 뿌리를 튼튼하게 마련해 놓은 세명의 건축가가 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1867~1959)와 르 코르뷔지에(1887~1965) 그리고 미스 반 데로에(1886~1969)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 프레리하우스와 유기적인 건축

라이트는 자연의 섭리를 터득해 그로부터 유추된 형태들을 토대로 건축을 조형했다. 따라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을 창조하고 자연과 건축의 통일 원리로 이뤄진 유기적인 건축을 보여줬다. 숙명여대 건축디자인학과 서수경 교수는 “그는 건축을 자연과 조화로울 수 있게 의도했고, 나무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도록 디자인했으며, 내부와 외부의 재료와 공법을 동일하게 처리함으로써 내·외부의 차이를 극소화 시켰다”고 설명한다. 
또한 라이트는 미국의 대평원에 집을 지으면서, 지금은 광활한 대지 위에 짓는 집을 일컫은 건축 용어로 굳어진 ‘프레리 하우스’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의 작품인 「윈슬로우 저택」, 「로미오와 줄리엣 타워」등이 프레리 하우스의 대표적인 건축이다. 이는 수평선을 강조해 입면을 단순화하고 자연의 무늬를 이용하여 기하학적인 창을 가진프레리 하우스를 만들었다. 미국의 속된 기계문명을 반대한 그는 광활한 미국의 대지와 밀착한 자연과 융합된 건물을 탄생시킨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 돔 이노(Dom-ino) 이론과 모듈러(Le Modulor)

코르뷔지에의 초기 작품은 매우 장식적이지만 후기에는 장식을 배제하고 기하학적인 구성을 보인다. 그리고 그는 건축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와 독자적 사고의 깊이를 토대로 자연형태로부터 추상화된 조형을 유도하는 등 창조적인 건축물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모든 건축물이 코르뷔지에가 고안해 낸 돔 이노(Dom-ino)구조에 의해 만들어 진다. 그 전까지는 건축물이 벽돌을 쌓는 방식인 조적구조에 의해 만들어져서 건축물의 표현이 단조롭고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이러한 단조로움으로부터 탈피해 지면으로부터 바닥을 독립시키고 각 층이 계단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고안해 냈다. 그리고 이러한 대량생산에 의한 건축재료를 건축에 생산·적용한다는 돔 이노 구조가 등장함으로써 건축에 혁명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리고 코르뷔지에는 건축과 기계학에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모듈러를 창안한다. “모듈러란 공간의 크기를 계량하는 기준으로서 인간의 신체를 분석하고 이것을 척도로 하여 건축을 설계하는 인간척도체계 이다”는 서 교수의 말처럼 인간을 위한 건축을 추구한 그의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미스 반 데어 로에
- 코드하우스와 무주공간

미스는 특별한 건축 교육 없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공장에서 돌과 벽돌을 정확히 쌓아올리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그는 성장해 원재료의 순수한 형태와 사용에 신중한 배려를 한다. 마천루의 선두 주자인 그는 ‘유리 마천루’의 계획당시 기둥과 보를 사용함으로써 지지벽을 구조로부터 해방시켰다. 그리고 건물이 지상으로부터 들어 올려져 있는 ‘오픈플랜(open plan)’을 최초로 시도했다.
또한 미스는 실내·외부의 상호 연결과 도시생활자가 겪는 한정된 대지조건 안에서 공간의 융통성이 활용된 방안인 ‘코트 하우스’를 고안해 낸다. 이는 뜰이 건물의 가운데에 있는 형태로 공동주택이 많은 현대 사회에서 효과적인 구조이다. 더불어 주택을 비롯한 공공건축에 무주공간(無柱空間)을 형성함으로써 필요에 따라 공간을 구획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창출했다.

흔히 우리는 르네상스 미술의 발전을 가져다 준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를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세명의 건축가들을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이 세명의 건축가들은 그들이 살아있을 당대의 건축과 예술을 발전시키고 20세기의 건축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이제 우리나라의 수많은 건축학도들도 그들의 작업을 종합할 수 있는 무한한 대가들로 태어나 이 땅 위에 인간과 자연을 생각하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세워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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