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부적응, 미래에 대한 불안, 대중매체에 의해 오도된 이미지 탓에 힘겨운 '소수 아닌 소수'

 

‘복학생을 위해 출범한 복학생 협의체, 제44대 총학선거에서 압도적 지지로 당선!’ 무슨 황당무계한 소리인가? 하지만 실상을 조금 더 알아본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복학생, 휴학을 마치고 복학한 학생들을 이르는 말이다. 다양한 휴학의 이유만큼이나 다양한 복학생이 있지만, 일반적인 복학생의 정의는 ‘군복무를 마친 남학생’이라 할 수 있다. 이른바 ‘예비군’이다. 예비군연대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현재 예비군 훈련에 참가한 인원은 모두 6천5백40명(대학원생 포함)이다. 학부생 예비군을 5천여 명이라고 가정해도 지난 2004년 재학생 1만7천2백79명의 1/3 가까운 ‘엄청난’ 인원이다. ‘복학생의, 복학생에 의한, 복학생을 위한 총학’의 출범도 꿈만은 아니다.


시간의 무게에 작아진 다수


   
▲ 신입생 시절도 잠시, 남학생 대부분은 미래의 복학생이다. /그림 서리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제대 후 맞닥뜨린 자신의 장래와 취업에 대한 현실의 무게, 그리고 대중매체에 의해 촌스러움 그리고 군문화의 경직성 등으로 규정되는 복학생의 이미지는 복학생들을 소수 아닌 소수자에 머물게 한다. “복학생들이 먼저 아는 체 하면 반갑기 보다는 왠지 무섭다”는 고유나양(사회계열․05)의 말은 복학생에 대한 일반학생들의 인식을 잘 드러낸다.

연세상담센터 조영아 상담원은 ‘군대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갑자기 변화된 상황에 노출되면서 겪는 혼란’을 복학생을 소수집단에 머물게 하는 원인으로 꼽았다. 조 상담원은 복학생들의 어려움을 크게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로 2년간의 학업 중단으로 인한 수업에서의 어려움이다. 이는 대부분의 복학생들이 겪는 문제다. 육체 활동을 주로 하는 군대생활의 특성 상 학습능력이 떨어졌을 뿐더러 필요한 선수과목을 수강했더라도 기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시경군(토목/건축․01)은 “복잡한 수학계산이 필요한 공대 전공과목을 제대 후 바로 수강하긴 힘들다”며 “「수학의 정석」을 갖고 다니며 공부하는 복학생도 많다”고 말해 강의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밝혔다.

또 다른 어려움은 제대 후 달라진 인간관계에 대한 부담이다. 동기들은 졸업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사회에 진출했지만, 복학생들은 후배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해야 한다. 정민우군(중문․00)은 “반이나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경우 후배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다”고 말해 상당수의 학생들이 새로운 인간관계에 부담을 갖고 있음을 나타냈다.

조모임 등 단체 활동 역시 복학생들에게 부담이다. 최종담군(경영․01)은 “복학생에게 기대되는 역할과 별개로 자신의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많은 부분을 떠맡는다”고 말했다. 최시경군은 “조모임에 있어서 갈등이 생기면 양쪽을 중재해 이끌어 가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복학생들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안고 오늘도 캠퍼스를 누비고 있다.


그들에게 씌워진 ‘촌스러움’의 이미지


그렇다면 복학생들은 자신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대중매체를 통해 희화화되는 이미지에 그들은 개의치 않았다. 정군은 “오늘의 복학생은 시대의 흐름을 쫓기 위해 노력하지만 대중매체에서는 80년대의 이미지만을 재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시경군 역시 “대중매체의 이미지는 지나친 확대해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복학생들의 화제는 군대뿐이라는 인식 역시 뿌리 깊다. 이에 대해 정군은 “복학 초기에는 복학생들끼리 서로 공유하는 부분이 적어 군대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6개월 정도 지나면 여느 대학생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군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대화가 피상적으로 변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군 생활이 그들에게 끼친 영향은 존재한다. 최종담군은 “입대 전에는 소극적인 성격이었지만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며 “얼굴이 두꺼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로 최시경군은 “말이 줄었다는 이야기를 많은 듣는다”며 “상대방의 말에 토를 달기보다 경청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자신의 변화를 설명했다.


복학생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필요


대부분의 남학생은 복학생이거나 ‘잠재적’ 복학생이다. 이렇듯 남학생들에게 군 문제는 중요한 문제임에도 이와 관련된 학교 측의 지원은 미미하다. 복학생들도 학교 측의 지원 부족을 꼬집었다. 최종담군은 “미래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군대를 다녀와 제대 후에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군 문제와 관련해 인생설계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군은 “부족한 학사․취업 관련 정보로 인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기에 체계적인 정보제공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체계적인 지원이 있어야 그들이 현실의 무게로부터 벗어나 대학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지원이 이뤄질 때 복학생들은 우리의 진정한 선배로서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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