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학부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대학교의 광역학부제는 전공배정을 위한 경쟁의 심화, 전공간의 서열화 등 여러 문제를 나타내고 있다. 전공탐색이라는 광역학부제의 도입취지는 긍정적이지만 현재 그 취지를 살리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를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광역학부제가 변화해야 할 방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함꼐하는 시민교육모임(아래 교육모임)’을 찾았다. 교육모임 측은 “전공탐색과정이 전무했던 학과모집에 비해 학부제가 폭넓게 학생들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학부제의 의의를 밝혔다. 그러나 “현재의 광역학부제는 너무 광역적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교육모임의 윤기원 회장은 “전공의 특성과 선호를 기준으로 비슷한 전공들을 묶어서 보다 좁은 범위로 계열화하는 중역학부제가 광역학부제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중역학부제를 통해 전공선택 시 경쟁구도를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광역화된 반공동체가 아닌 보다 학과와 연관된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따”고 답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들은 중역학부제를 시행함으로써 광역학부제의 폐단을 방지하고 있다.


서강대는 인문․사회계열에 인문계, 국제문화계Ⅰ·Ⅱ, 경제학부, 경영학부, 사회과학계, 법학계 등이 속해 있으며 자연계열에 전자공학·컴퓨터학계, 화공생명공학·기계공학계, 자연과학부가 속해있다. 서강대는 이처럼 전공의 특성과 학생들의 선호를 고려해 모집단위를 세분화함으로써 전공선택 과정에서 경쟁을 줄이고 전공배정에서 학생들의 지망을 최대한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서강대에서는 인기전공과 비인기전공 간의 지원 불균형으로 인한 서열화 문제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또한 입학 때부터 구체적으로 자신의 전공분야를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그 분야 내에서 충분한 전공탐색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인하대 역시 인문학부, 동양어문학부, 서양어문학부, 사회과학부, 기계공학부, 생명화학공학부 등으로 학부를 나누어 학부제를 시행하고 있다. 김이경양(인하대, 식품영양․04)은 “각 학과별로 연관있는 중역학부로 선발돼 광역학부보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하기 때문에 충분히 전공을 탐색하고 배정받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말하며 중역학부제에 만족을 표시했다.


우리대학교도 2006학년도 입시에서 사회계열을 세분화함으로써 분야가 매우 다른 9개의 학과들이 한 계열로 묶여있어 발생했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사회계열 뿐만 아니라 다른 계열도 지나치게 광역화돼있기 때문에 세분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지나치게 모집단위를 세분화하는 것은 학과제로의 회귀에 불과하므로 세분화의 정도에 있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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