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를 숙제 개념으로 본다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긴 힘들지만 표절 여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며 이런 표절을 방관하는 대학은 일류 대학이라 할 수 없다."

A양은 리포트 몇 편을 다운로드받는다. 돈이 좀 들긴 하지만 잘 짜깁기하면 그럴듯한 리포트 한 편이 완성되니 별로 아깝지 않다. B군은 지난 학기 친구가 들었던 수강했던 수업을 듣는다. 리포트 주제가 항상 같다는데...친구한테 밥한끼 사고 리포트 몇 편 얻는다. 문체만 살짝 바꿔 제출했다.
안타깝게도 이와 같은 얌체짓을 한 학생들이 요령 없이 자신의 힘으로만 리포트를 쓴 학생보다 좋은 학점을 받는 것이 오늘날 강의실의 풍경이다.

      

▲ 리포트를 짤 땐 복사와 붙여넣기가 필수! /그림 원충렬
                            이미 저작권법 위반 중 

표절이란 단어는 얼핏 생각하면 우리와는 상관없는 단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에서 심심찮게 보도되는 논문 ‘표절’과 리포트 짜깁기는 서로 다를 바 없다. 표절은 실정법상 쓰이는 말은 아니지만 대신 저작권법 25조「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에서 대략적인 범위를 알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다른 사람이 쓴 공표되지 않은 리포트를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인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내용이 더 많은 경우,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할 때 출처 표시를 안하는 경우에 표절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적용하면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표절 리포트를 쓰고 있다. 남형두 교수(법학.지적재산권)는 리포트 표절에 대해 “리포트를 숙제 개념으로 본다면 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긴 힘들지만 표절 여부를 충분히 설명할 수는 있으며 이런 표절을 방관하는 대학은 일류대학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외국의 명문대학들은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표절 적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표절 예방 수칙’을 정해 이를 근거로 매우 엄격하게 처벌한다. 우리대학교는 이런 맥락에서 ‘세계 속의 자랑스런 연세’일 수 있을까. 단호하게 말하자면 ‘아니다’. 현재 강의실에서는 나름대로의 대처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같은 과목 수업을 하는 교수들이 함께 과제를 검토하거나 리포트 거래 사이트를 뒤져보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형 강의라면 모든 리포트를 꼼꼼히 읽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밝힌 학부대학 김성수 교수의 말처럼 인력으로 일일이 적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리포트 표절, ‘다잡아볼까?’

이런 한계 때문에 고려대는 이번 학기부터 자체 개발한 리포트 표절 적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학기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제출하는 리포트 1백개 중에서 적어도 3~4편 정도가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표절 적발 프로그램의 개발은 학교 측에서 가장 빨리 내놓을 수 있는 대안이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고려대 교수회의에서 학생들의 리포트 표절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해 고려대 임해창 교수(정보통신·컴퓨터)팀에 연구를 의뢰한 결과 개발됐다. 학생들이 컴퓨터 파일로 제출한 리포트를 프로그램에 입력하고 실행하면 단어의 유사성과 문장의 흐름을 통해 표절 여부를 적발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원리이다. 이 때 같은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의 리포트, 웹문서 등을 짜깁기한 리포트, 심지어 유료로 거래된 리포트조차 검색 대상에 포함된다.
이렇게 고려대학교는 학교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는 반면 우리대학교는 리포트 표절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다. 처벌 규정을 만들거나 고려대와 같이 자체 적발 프로그램을 개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교무처 이종숙 수업지원부 주임은 “표절 처벌 규정이나 적발 프로그램의 도입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리포트 표절의 1차적 책임은 지적호기심을 갖고 리포트를 쓰기보다는 귀찮아 빨리 끝내버리려 하는 학생들의 태도에 있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았는데 내가 정리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정아무개양의 말처럼 대부분의 학생들이 과제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수집한 정보에 대한 이해조차 없이 리포트를 위한 리포트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하는 일이 표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학생들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의식 개선에 앞서 이미 대학가에 뿌리내린 표절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 개선의 노력과 계획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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