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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학부제 속 길 잃은 학생들긍정적 취지와 달리 제도의 부작용으로 인해 어려움 겪는 학생들
  • 박수현 기자
  • 승인 2005.11.28 00:00
  • 호수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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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학계열 05학번 이연돌입니다.”
광역학부제가 시행되면서 신입생들은 자신의 소속을 밝힐 때 특정 전공이 아닌 계열로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광역학부제는 학생들이 다양한 전공을 탐색하고 상호인접한 학문들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지난 1996년 시작됐다.

최초의 학부제는 인문학부, 유럽어문학부, 자연과학부, 기계전자공학부 등 지금보다 더 세분화 된 단위로 구성됐으나, 지난 2000년부터 인문계열, 공학계열 등과 같이 좀 더 광역화 된 단위로 확장됐다. 그러나 이렇게 학부제가 확장된 이후, ‘다양한 전공탐색’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고 입시 후에도 전공배정을 위한 경쟁이 지속되며 전공 간의 서열화가 발생하는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 전공탐색이 어려운 현실 = 광역학부제의 가장 큰 장점이 전공 탐색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이는 인문계열에 총 10개 전공, 공학계열에 총 11개 전공이 소속돼 있는 등 특정 계열의 경우 탐색해야하는 전공의 수가 많기 때문이다. 이용희군(공학계열·05)은 “공학계열의 11개의 전공을 탐색하기에는 1년이 너무 짧아 어떤 전공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알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 전공승인을 향한 경쟁의 연장 = 한편 전공이 학점에 따라 배정되기 때문에 광역학부제로 입학한 신입생은 원하는 전공을 승인받기 위해 또 한번의 전쟁을 치른다. 중·고등학교 때와 다를 바 없이 성적이 진로를 결정하게 된 현실은 신입생들에게 진로와 적성에 대한 모색의 기회보다는 부담감을 안겨줄 뿐이다. “주위에 원하지 않던 전공을 받아 전공 수업을 듣지 않고 고시 준비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정화연양(중문·03)의 말은 지속된 경쟁으로 인해 나타나는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 전공 간 서열화 발생 = 광역학부제로 인해 인기 학과에 대한 경쟁이 가열된 반면 상대적으로 비인기 학과에는 학생이 적어 전공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10월 학부대학에서 실시한 예비전공신청의 결과에 따르면, 영문학·경영학 등 소위 ‘인기 전공’에는 약 200%가 넘는 신청률을 보였다. 그러나 철학·노어노문·사회학과 같은 경우는 신청률이 약 20%를 웃돌아 학생들의 선호도가 현저히 낮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노어노문학과 학과장 조주관 교수(문과대·노문학)는 “노어노문학과의 원래 정원은 40여명이지만 실제로는 18~19명에 불과해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최소 인원도 유지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 반 활동·과 활동, 두 마리 토끼를 놓치다 = 한편 광역학부제는 학생들의 학내 활동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광역학부제에 의해 신입생이 계열별로 선발되면서 기존의 과 중심이던 학생 사회는 계열별로 선발된 학생들을 무작위로 나눈 반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반 체제 안에서는 서로 원하는 전공이나 관심사가 달라서 꾸준한 정보교환이나 친분 유지가 어렵다”는 정민석군(경영·04)의 말처럼 학생들 간의 공통분모를 고려하지 않고 형성된 반 체제는 깊은 소속감을 가질 수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또한 반 단위로 생활하던 대부분의 학생들은 전공을 배정받은 후, 과 단위에 흡수되기 때문에 초기에 반에서 형성해 놓은 선후배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임다영양(행정·04)은 “전공을 승인받은 뒤에도 같은 전공의 사람들과 수업만 함께 들을 뿐 특별히 과 활동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이로 인해 전공에 대한 결속력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반·과 체제에 대한 소속감이 모두 저하되고 있는 현실을 잘 드러낸다.

◆ 광역학부제 다시보기가 필요한 때 = “광역학부제 시행 이후 학생들의 학업 능력이 현저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는 입학관리처장 박진배 교수(공과대·제어공학)의 말처럼 광역학부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앞에서 제시한 문제들은 광역학부제가 최초 의도했던 목적을 퇴색시키고 있다. 학교 측은 광역학부제의 밝은 면만 바라보며 교육부의 정책대로 그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만 열중할 것이 아니라, 시행과 더불어 나타난 부작용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다.

박수현 기자  dongl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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