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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석] '랄프 깁슨 사진전'을 다녀와서현실 속에서 초현실의 세계를 여는 비밀의 문
  • 김혜미 기자
  • 승인 2005.11.21 00: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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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정호 기자 maksannom@

“야! 어디보고 있어?”
“응?”
가끔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먼 곳을 바라본 적이 있지 않는가. 몸은 현실 속에 있지만 머리로는 공상을 하며 마음은 이미 환상의 세계에 떠나버린 이의 모습을 여기, 랄프 깁슨 사진전에서 찾아보자.

현존하는 사진 예술계의 거장, 랄프 깁슨은 당시 주류였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벗어나 작가의 심리를 표현하며 사진의 새로운 세계를 열었다. 초기작품, 흑의 3부작, 에로티시즘, 칼라사진의 네부분으로 구성된 이번 ‘랄프 깁슨 사진전’은 전반적으로 초현실주의 경향을 강하게 띄고 있다.

▲ 초현실주의 조짐이 드러난「Baby’s hand with Guitar」 / 선화랑 자료사진

그의 초현실주의적 면모는 크게 섬뜩함, 불편함, 현실 속 초현실로 드러난다. 우선 그의 초기 작품인 「Baby’s hand with Guitar」는 보는 순간 섬뜩함이 몰려온다. 한가롭게 기타를 연주하는 남자, 그리고 뒤편에 있는 요람 속에 아기가 있는 이 장면은 언뜻 보기에는 고요한 오후의 풍경을 다룬 듯하다. 하지만 아기가 허공으로 내뻗은 손이 요람 밖으로 향해있는 모습에서 절박감이 느껴지며 감상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상을 통해 아기에 대한 염려, 불안을 품고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일상을 특이한 앵글로 포착해낸 그의 사진을 보면 계속적으로 사진 속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묘한 긴장이 흐르며 더욱더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그의 작품 세계 중 가장 널리 알려진 ‘흑의 3부작’은 랄프 깁슨만의 사진관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작품들로 구성돼있다. 연필로 그린 소묘에서 나올 법한 거친 질감, 강한 대비를 불러일으켜 마치 하나의 회화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그의 사진은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의 매력에 끌린 감상자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계속해서 특이한 구도를 접하면서 알고 있다고 확신했던 현실이 낯설게 다가오는 기이한 상황에서 위축감을 겪게되기 때문이다. 특히 「Infanta」에서는 그의 과감한 구도 설정이 확연히 느껴진다. 어느 각도에서 내려다 보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여인의 얼굴 형태. 분명 매일 보는 사람의 얼굴인데 구도에 의해 낯설게 보이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당황스러움에 봉착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Tinda Cigarette」에는 장갑을 낀 채 담배를 들고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는 여자는 그가 지닌 초현실주의적 세계관을 오롯이 보여준다. 그녀의 얼굴은 손으로 가려진 부분, 그것의 그림자, 밝은 부분 이렇게 셋으로 분할되는데 여기서 피카소의 입체주의적 회화가 연상된다. 면이 분할돼 어느 시야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작품을 통해 감상자는 평소 인식한 현실과 또다른 현실간의 차이에서 신비함을 느낀다.

요즘 어느 곳을 가더라도 카메라는 눈에 띈다. 그러나 쏟아져 나오는 무수한 사진들은 현실을 그대로 찍어낸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피사체만 다를 뿐 획일적인 포즈, 전형적인 구도로 찍혀진 사진은 힐끗 쳐다본 뒤 기억 속에서 아무런 각인도 남기지 못한다. 이러한 식상함에서 벗어나 현실에서 환상을 포착한 독특한 랄프 깁슨의 사진 속에서 자유로운 영감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오는 12월 4일까지. 선화랑(문의: ☎734-0458).

김혜미 기자  lovelyh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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