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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문화, '여성'의 공간 속으로의 여행색다른 시선, '서울 여성 테마 여행'을 살펴보다
  • 윤현주 기자
  • 승인 2005.11.21 00:00
  • 호수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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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공간 ‘서울’. 답답한 빌딩들, 꽉 막힌 도로, 내뿜는 매연들까지. 이러한 서울의 모습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조용하게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서울 여성 테마여행’이다.
이 여행을 기획한 김현미 교수(사회대·문화인류학)는 “관광지로서 요즘의 서울은 더이상 볼만한게 없다. 대부분의 것들이 남성주의적 시각이 많은데 ‘여성의 관젼으로 여성 여행자들을 위해 서울의 공간을 다시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동시대 여성들의 삶과 만나보는 취지로 지난 10월 말, 유명한 외국 여성 여행가들과 함께 ‘서울 여성 테마여행’을 체험했다. 우리도 이 ‘특별한’ 체험 속으로 함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여성사 전시관
먼저 살펴볼 곳은 대방동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의 여성을 위한 종합 공간 ‘서울 여성 플라자’이다. 여성의 공간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기자기한 건물을 상상했다면 그 웅장한 건물의 위엄에 놀랄지도 모르니 주의하도록! 멋진 건물 구도를 자랑하는 서울 여성 플라자 2층에 바로 여성사 전시관이 있다. 총 5부로 나누어 전시되는 상설전 ‘위대한 유산 : 할머니, 우리의 딸들을 깨우다’는 근대 이후부터 현대까지 약 1백여년 간의 역사를 오직 ‘여성’의 시각으로만 다루고 있다.
특히 주목할 프로그램은 3부에 있는 ‘선배와의 대화’다. 작고 어두운 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시는 나혜석, 유관순 등 우리들의 선배들, 입체 영상과 함께 들려오는 선배들의 음성은 가만히 그 앞에 서서 경청할 수밖에 없는 힘을 지니고 있다. 또한 4부의 평생도도 눈길을 끈다. 원래 사대부 중심의 그림인 평생도는 특별히 전시회 개관에 맞춰 최초로 여성 중심의 평생도가 그려졌다고 한다. 또한 여성의 언어를 소리벽을 통해 직접 귀기울여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도 있다. 바로 5부에서는 설화나 민요, 시에서부터 양희은, 자우림의 노래 「김가만세」까지 선택에 따라 버튼만 누르면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여성들의 공간이기에 가끔 남성들이 관람 가능하냐며 문의 전화가 온다”는 자원봉사자 김성지씨는 “이 공간은 누구에게나 개방 되어있다”고 소개한다. 여성만의 섬세함을, 아름다움을 또한 여성의 역동적인 에너지까지 함께 느낄 수 있는 바로 이 곳 ‘여성사 전시관’을 주목해보자.

▲여성아티스트 천경자:서울시립미술관 ‘천경자의 혼’전
천경자!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서양미술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이 전시회에서는 스스로 여행자가 되어 지구를 돌며 여행 풍물화 및 문학 기행화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바로 천경자 화백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여성’의 이미지다. 대표 작품으로는 「여인의 시」, 여인, 꽃, 뱀이 다 나타나 있는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등이 있다. 은은함 속에 감춰져 있는 강렬한 붉은 무엇인가가 있다. 특히 「소장굴 수색작전」은 결코 군인들의 모습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닌 듯 하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군인들의 모습이지만 유독 그림에서 눈에 띄는 붉은 꽃 한 송이. 천경자 화백의 트레이트 마크인 꽃, 여인, 뱀은 꼭 그가 ‘여성 화갗라는 호칭을 붙이지 않아도 관객들을 사로잡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천경자 전시회 자체가 ‘여성’을 느낄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여성전용공간 - 카페 및 클럽 그리고 찜질방
점원부터 손님들까지. 모두 여자들만 있는 여성 전용 카페, 클럽을 아는가? 이곳에는 여고에서 느껴지는 듯한 묘한 편안함이 있다. 홍대입구역과 신촌 지역에 밀집해 있는 이 곳은 여성들끼리 외부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얘기하며 다양한 관심과 취향을 표현하는 공간이다. 물론 홍대 앞 ‘마녀’, ‘레스보스’ ‘라브리스’ 신촌의 ‘Friends’ 등은 레즈비언이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는 공간으로도 이용되지만 요즘은 꼭 성 소수자가 아니더라도 ‘남성’들의 시각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많이 찾고 있다.
여성 전용 찜질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또한 이런 이유에서이다. 남성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보다 자유롭게 피로와 스트레스를 풀고 편안한 수다판을 벌일 수 있는 여성전용 찜질방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찜질방의 정보는 서울 및 전국 각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http://www.zzimzilbang.com에서 검색 가능)
이 외에도 서울 곳곳에 여성을 위한, 여성의 공간들이 산재해 있다. ‘모든 문화의 중심은 남성이다?’는 꼭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회 구조, 또는 문화의 영역에서까지 ‘남성’이 그 주축을 이루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여성이 깨어나면서 그 중요성과 필요성으로 여성만의 문화 공간에 대한 움직임이 여기저기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화, 아니 문화의 주체로서의 ‘여성’을 찾아 떠나보며 그녀들만의 섬세함, 따뜻함 그리고 특유의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윤현주 기자  gksmf07@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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