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서리
0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대학교. 기억조차 나지 않을 그 흐릿한 시간들을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봐온 곳이 있다. 한국전쟁당시 피난을 함께 갔을 만큼 우리대학교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곳, 바로 ‘연희사진관(옛 연세사진관)’이다.
30년째 사진관을 지키고 있는 조시현씨(68)는 우리대학교에 대해 애정 어린 기억을 간직하고 있었다. 연희사진관은 오랜 시간 우리대학교 중요한 행사의 사진을 맡아 왔지만, 약속 시간을 어기가나 큰 실수를 한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한번은 오해로 빚어진 난감한 일이 있었다며 한가지 일화를 소개했다.
“담당자가 나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찍은 행사 사진이 엉망으로 나왔는데 어떻게 책임을 질 거냐면서 호통을 치는 게 아니겠수. 근데 문제는 내가 그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거든.” 알고 보니 문제가 발생한 그 사진은 다른 사진관에서 찍은 것이었지만, 당시 우리대학교 행사사진은 대부분 연희사진관에서 찍었기 때문에 담당자는 당연히 연희사진관이 찍었으리라 믿고 추궁했던 것이다. 연희사진관과 우리대학교의 관계가 각별했음을 보여주는 일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루탄이 날라 다니던 지난 1980년대, 조씨는 이 시절 연세인들을 순수했던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한번은 시위가 크게 났는데 학생들이 많이 다쳐서 세브란스 병원이 초상집 같았던 적도 있었어. 그때 나도 사진을 찍으러 병원에 갔었는데, 최루탄 가스에 눈도 못 뜨고 뒷문으로 도망치듯 달아나야 할 정도였지. 힘든 시절이었지만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대단했어.”
사진관을 운영한지 30년이 넘었지만 조씨의 우리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특히 최근 어려워진 경제 사정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한다. “취업원서에 붙이는 증명사진을 찍고 가는 학생들에게는 애틋한 마음에 증명 사진을 몇 장씩 더 넣어줘”라는 조씨의 말에 세월을 함께 보낸 연세인을 향한 작지만 따스한 애정이 느껴졌다.
오늘도 묵묵하게 세월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는 연희사진관. 우리가 지나간 앨범을 보며 추억에 젖듯이. 언젠간 연희사진관의 존재를 기억하며 우리대학교의 지난 시간을 추억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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