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캠퍼스 간 이중전공으로 논란 심화

“원주캠은 연세대가 아닌 원세대다”
“수능 성적 몇 점 차이로 유치한 장난하지 말아라”


연세대정보공유(http://www.freechal.com/yonseishare) 등 비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꾸준히 문제제기 된 신촌캠과 원주캠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지난 3월 학교 홈페이지의 통합으로 본격화됐다. 학생들은 통합된 당시의 익명제 자유게시판을 통해 활발히 의견을 표출했다. 의견은 개편된 홈페이지에 관한 언급을 넘어 양 캠퍼스에 대한 감정적인 비방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홈페이지의 통합은 고질적인 양 캠퍼스 간의 암묵적인 갈등을 본격적으로 표면화하는 계기가 됐다. 자유게시판의 실명화로 인해 현재 이러한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양 캠퍼스 간의 관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언제 다시 불거질 지 모를 일이다. 설문 항목 가운데 ‘자유게시판에서의 양 캠퍼스 간 논쟁의 원인은 무엇인갗에 대해 신촌캠 50%, 원주캠 46.6%의 학생들이 ‘서로간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식 부족의 원인으로는 ‘캠퍼스 간 교류의 기회 부족’뿐만 아니라 ‘신촌캠 학생들의 엘리트 의식’과 ‘원주캠 학생들의 열등감과 자기비하’가 제시돼, 양 캠퍼스 학생들의 인식 속에 내제된 이른바 ‘우열 심리’가 적지 않게 작용했음을 보여줬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캠퍼스 간 이중전공에 대한 의견이 자유게시판에 게재되면서 이를 중심으로 양 캠퍼스 간 학생들의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캠퍼스 간 이중전공은 학생들이 자신의 전공 외에 동일계열에서 중복되지 않는 학과에 한해 타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는 제도다. 이는 캠퍼스 내 이중전공과 함께 지난 1996년부터 양 캠퍼스에서 모두 실시됐다. 그러나 신촌캠 학생들이 원주캠에서 이중전공을 할 수 있는 학과가 인문계열은 디자인학부, 자연계열은 보건과학대로 한정돼있어 지원자 수에서 양 캠퍼스가 큰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신촌캠 학생들은 지난 1996년부터 캠퍼스 간 이중전공에 단 한명도 지원한 바가 없고, 원주캠 학생들은 지난 학기에만 70명이 지원했다. 결국 캠퍼스 간 이중전공은 주로 원주캠 학생들이 신촌캠에서 이중전공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신촌캠 학생들은 원주캠 학생들의 이중전공으로 인해 수업권을 침해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원주캠 학생들이 모든 학생에게 마련된 이중전공 제도를 동등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반박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은 점차 심화됐다.


이러한 수업권 침해는 캠퍼스 간 이중전공으로 한 학과에 과도한 학생들이 선발될 경우에 발생하는 문제다. 실제로 지난 2002년 26명의 원주캠 학생들이 신문방송학과 이중전공을 승인받았는데, 이는 당시 신문방송학과 정원인 총 67명의 약 40%나 된다. 우리대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작성자 ‘suma’는 “과도하게 많은 원주캠 이중전공생으로 인해 수강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김성일군(국제관계·04)은 “원주캠 학생들도 정당한 권리를 이용해 이중전공을 하는 것인데, 이를 학교가 아닌 원주캠 학생들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캠퍼스 간 이중전공 제도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구자민군(법학·04)은 “이중전공 및 기숙사 이용과 관련해 신촌캠 학생들의 수요도 부족한 상황에서 이를 원주캠에 완전히 개방하는 것은 신촌캠의 손해”라며 “캠퍼스 간 이중전공은 원주캠 학생들이 신촌캠에 편승하기 위한 제도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상완 원주부총장은 “캠퍼스 간 이중전공은 다양한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일 뿐 신촌캠의 위상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난 1996년 캠퍼스 간 이중전공이 시작될 당시 원주캠은 입시 홍보에서 캠퍼스 간 이중전공을 대대적으로 부각시키며 이를 ‘사회 진출을 위한 보다 충분한 준비 방법’이라고 소개한 것에서볼 때 이러한 의도가 없다고 보기는 힘들다.


홈페이지 통합 및 캠퍼스 간 이중전공 제도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데는 “이름만 같을 뿐 같은 학교라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는 이주영군(영문·04)의 말과 같이 양 캠퍼스 간의 고질적인 이질감에서 비롯한다. 이러한 이질감의 원인으로 설문 항목 중 ‘수능점수 차이’를 가장 많이 꼽았다는 점은 ‘하나의 연세’ 아래에서는 서열화 된 대학 구조를 탈피해 이질감을 해소하고 균형을 맞출 대안을 마련해야 함을 반증한다. 이에 대해 학벌없는사회만들기 정영섭 대표는 “대학의 서열화로 인해 양 캠퍼스 간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며 “양 캠퍼스의 점수차를 줄이기 위한 특성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홈페이지에서 촉발된 양 캠퍼스의 관계에 대한 논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촌캠과 원주캠이 어떠한 방향을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과제를 남겼다. 한 원주부총장은 “양캠퍼스의 홈페이지 통합을 시작으로 유대감을 가지고 하나의 연세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신촌캠 본부 측은 아직 양 캠퍼스의 관계에 대한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입장이 없는 상태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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