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이 동양을 보는 편견, 오리엔탈리즘
서양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교훈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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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1 테러부터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무슬림 폭동까지, 이는 이슬람과 서양 두 문명의 충돌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두 문명의 충돌은 왜 발생한 것이며 해결 방안은 없는가. 에드워드 사이드(Said. Edward. W)의 『오리엔탈리즘』은 이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사이드는 이 책에서 두 문명 사이의 갈등의 원인을 서양이 동양에 대해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 때문이라고 본다. ‘동양(orient)’에서 유래한 단어인 오리엔탈리즘은 서양 문명이 동양을 타자화해 자기 나름대로 구성한 일종의 이데올로기자 담론이다. 이에 따르면 합리적이고 우수한 서양에 비해 동양은 열등하며, 결국 서양에 의해 계몽돼야만 한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제국주의 시절부터 ‘동양과 다른 자신들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식민지 건설의 정당성을 찾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이드는 역사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동양에 대해 글을 남겼던 유럽 작가들과 미지의 세계를 탐험했던 모험가들, 19세기 유럽의 정치가들까지 유럽의 식민지 제국 건설을 위해 오리엔탈리즘을 합리화했다. 유태인의 독립에 결정적 계기가 된 ‘밸푸어 선언’을 발표한 영국의 외무장관 밸푸어가 “유럽의 진출은 동양의 불행한 운명을 구원하는 것”이라고 연설한 것은 오리엔탈리즘의 좋은 예다.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완성한 오리엔탈리즘은 20세기 새로운 강대국이 된 미국으로 옮겨간다. 사이드는 오리엔탈리즘이 미국이 세우고자 하는 ‘세계 제국’의 이념이 됐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건국과 미국군의 세계대전 참전과 중동 장악. 이는 오리엔탈리즘의 실천이요, 그 승리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사이드는 문명 간 대립을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볼까. 그는 서양이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고 동양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때 비로소 두 문명이 함께할 수있을 것이라고 전한다. 실제로 사이드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가지고 있는 오리엔탈리즘적인 측면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서양의 반성을 촉구했다. 
 
 물론 사이드의 주장에도 수많은 비판이 존재한다. 먼저 사이드가 정의한 동양은 이슬람만 포함하며, 그가 주장하는 서양 역시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국한된다. 또한 사이드가 드는 역사적 사례는 근현대에만 치우쳐져 있으며, 지나친 피해의식적 서술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드가 제기한 오리엔탈리즘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 계속되는 개고기 논란과 할리우드 영화 속 한국인 비하와 같은 우리와 서양 사이의 문화적 충돌에 대처하기에 앞서 서양의 눈에 비친 ‘그들만의 한국’을 이해하는 것. 이는 문화적 충돌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데 폭 넓은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우리가 서양처럼 다른 문화에 대해 일종의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았는가에 대해 반성케 한다. 『오리엔탈리즘』. 이는 세계인들로 하여금 그들 내부의 문화적 편견을 반성하고 투명하게 세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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