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믿고 뽑아주신다면 여러분들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선거시작을 알리는 공고문은 여기저기 부착됐고 이번 총학생회 선거에는 네 선본이 출마를 했다. 선거를 눈앞에 두고 각 선본들은 목소리 높이기에 바짝 열을 올리고 있다. 가지각색의 포스터, 쌀쌀한 겨울 바람에도 꿋꿋한 백양로의 현수막, 우렁찬 그들의 함성에, 누구는 아직도 선택의 여지에서 고민을 하고 있을 테고 누구는 이미 마음에 드는 후보자의 행보에 주목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선거날이 다가옴에 따라 더욱더 커져가는 그들의 외침, 그 힘찬 목소리의 공약들이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누구나 같을 것이다. 연세를 이끌어 나갈 리더를 뽑는 중요한 시점인 지금, 이 네 후보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권리와 의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시작은 화려할 수 있다. 우렁찬 목소리, 그럴 듯한 공약들, 힘찬 다짐들은 다가올 2006년 연세의 시작에 화려함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다. 어쨌거나 2만 연세인에 의해서 선택된 당선자는 총학생회 회장이라는, 또는 총여학생회 회장(무엇이든간에 좋다)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고 그만큼의 권리를 부여받게 된다. 그러나 또 다시 봄여름가을겨울이 지나고 일정 기간의 시간을 거치면서 끝을 맞을 때까지 그들이 약속한 ‘의무’라는 것이 화려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올해를 이끌어 온 많은 연세의 학생회 사회를 돌아봤을 때, 과연 그들이 연세인들과 약속했던 수많은 외침들을 지켰는지는 미지수다. 물론 1년이라는 시간 동안에 그들이 연세인들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시작에서부터 끝을 향해 갈수록 그들의 씩씩함이 흐려지진 않았는지, 그들의 의무는 유종의 미를 기어코 거둘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권리만 가진 채, 의무를 내팽겨치거나 책임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닐까?

▲노블리스 오블리제, 이것은 일반적으로 귀족들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의무를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그 내면에는 권리만 행하지 말고 책임도 행하라는 도덕적인 철학이 숨겨져 있다. 다 알고 있는 말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만큼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학생사회에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단, 주어만 살짝 바꿔준다면, 오블리제라는 단어에 주목해 볼 수 있다. 그들이 총학생회로서, 연세의 리더로서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 그 의무를 다 했는가? 명함내밀기에 급급한 나머지 그들의 오블리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실패한 리더다.

▲공허한 의무 앞에 권리는 그저 내밀지도 못할 초라한 명함 속의 작은 이름일 뿐이다. 의무를 다하지 않는 권리는 결코 그 끝이 아름다울 수 없다. 의무를 다할 때야 비로소 권리는 온전한 그 빛을 낼 수 있다. 당선될 후보자의 멋진 시작과 끝을 생각하며 진정한 ‘리더-오블리제’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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