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9호 십계명

길을 걷다보면 ‘나’의 관심을 끄려는 수많은 간판과 포스터, 아주머니 들이 손에 쥐어주는 여러 홍보물들의 현란한 몸짓에 머리가 아찔할 때가 있다. 너도 나도 내 목소리를 들으라는 그 몸부림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을 집어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마지막 외마디 비명을 지르곤 맥없이 손위에 나풀거리다 쓰레기통에 쳐 박히고 만다.

녀석들에게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 아무리 조악해 보이는 광고지 한 장에도 주인집 아주머니의 적지 않은 쌈짓돈과 고민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그러고 보니 친구들끼리 저녁을 먹을 때쯤 서로 어디로 갈까 미루고 있다 보면 정작 그 전단지들 조차 볼 수가 없을 때가 있다. 사실, 맛나기로 소문난 집에는 전단지가 필요 없다지만, 주변에 맛나기로 소문났다는 그 소문을 얼마나 들어 보았는가?

학생사회의 여러 일들도 전단지와 같을까? 그동안 기자노릇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정보들과 행사들을 보아 왔었다. 그 중에는 정말 학생들이 꼭 알아야 하는 정보도 있었고 괜찮은 공연이나 강연회도 있었다. 그러나 항상 아쉬운 마음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러한 행사와 정보가 ‘있는지 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상당수는 ‘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라고 아쉬워 하지만 이미 상황은 종료된 뒤다. 수많은 벽보와 포스터는 그저 그 자리에 있는 무의미한 종이들 일뿐 학생들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정보를 걸러주고 선별하여 알려주는 ‘언론’이다. 물론 언론의 기능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요한 정보를 제때에 잘 전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사람들이 ‘코○펀’에서 음식점 정보를 찾아내고 가서 맛을 보듯이 학내언론에서도 학생들이 지식을 얻든, 공연을 보든 학생들이 원하는 정보를 찾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신문사에 있다 보면 여기저기서 보내오는 신문과 잡지 팩스 등으로 금세 책상이 어질러지곤 한다. 쓰레기가 되고 마는 이 정보들도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이 어디선가 밤을 새가며 힘들게 만든 것 일 텐데 하며 안타까운 마음에 펼쳐 보지만 웬만해선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 ‘언론’이라는 정보조차 버림받은 전단지와 같은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웹진 연두는? 연세춘추는?? 혹시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그저 아무런 의미 없이, 아름답게 자라나는 나무를 베어다가 얇게 핀 종이들로 바꾸는 일 뿐이진 않을지, 혹은 다른 곳에서 잘 쓸 인터넷 도메인 하나 점거하는 것은 아닌지, 무서운 마음과 함께 ‘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 했다.

소문난 맛 집에 굳이 전단지가 필요 없듯이 내용이 좋은 매체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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