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7일 경찰의 불신 검문을 피해 달아나던 무슬림 소년 2명이 감전사 하면서 촉발된 프랑스 이민자 소요사태는 차량 4천대 이상 및 여러 공공 시설물이 방화되는 등 프랑스 전역에 확산되고 있으며, 이웃 유럽 국가들에게도 전파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프랑스 이민자 폭동사태는 “자유, 평등, 박애”를 주창하는 시민대혁명의 나라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 시켰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소수 인종 집단 및 민족에 대한 융화가 실패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프랑스 이민자 문제는 제국주의와 산업화의 배경을 안고 있다. 과거 식민통치를 했던 알제리와 모로코등 북아프리카 국가들로부터 노동력을 수입했으며, 지난 1960-1970년대 산업화와 더불어 값싼 이주 노동자를 받아 들였다. 500만명에 달하는 외국계 이민자들 중 지극히 일부만이 프랑스 주류 사회의 가치와 부를 누렸을 뿐 대부분은 저임금 노동과 실업에 시달리며 도시 빈민으로 전락돼 왔다. 지난 1970년대 이후 제조업의 사양화로 프랑스 이민자들의 생활은 더욱 악화 되었으며, 이민 1 세대들은 이를 감수 할 수 있었으나 현지에서 태어나 현지 교육을 받은 이민 2, 3 세대들은 이를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은 경제적 불평등과 더불어 인종적, 종교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폭발시킨 것이다.

이번 사태가 아프리카계 무슬림 이민자 2, 3 세 젊은이들이 주동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사회통합 모델이 실패했음을 의미 하지만 나아가 유럽내 무슬림계의 갈등을 자극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사실 또한 보여주고 있다. 런던 7.7 테러 사건에 이은 프랑스 이민자 폭동 사태는 유럽식 다문화주의가 실패했음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9.11 테러 이후 악화된 서방 대 무슬림의 관계와 연계되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 또한 적지 않다. 현재 유럽에는 2천만명의 무슬림계 이민자들이 살고 있으며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인구중에서 10% 내외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시대에 인종적 갈등이 극심하게 대두되는 것은 역설적 현상이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을 형성하고 왕성한 교류와 협력 그리고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의 인종갈등은 산업화 시대의 허물을 벗기는 것과 같다. 한편으로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세계화의 보편적 가치는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불타는 파리”는 소수 인종에 대한 인종적 편견과 사회적 차별이 세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하나의 상징이다. 지난 1992년 흑인 용의자에 대한 과잉 검문으로 촉발된 미국 LA 흑인 폭동사건 역시 이번 프랑스사태와 본질적으로 그 궤를 같이 한다.

우리 한국 사회 역시 이러한 인종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사회에 외국인 노동자가 이미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가 다르고 가난한 사회에서 왔다고 해 이들의 인권을 유린하고 약점을 이용하여 체불 등의 나쁜 행위를 자행함으로써 이미 사회적 문제로 쟁점화  돼 있다. 도시 외곽지역에 분포된 이들의 삶의 공동체는 아마도 프랑스 이민자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정착되지 않아 더 열악하고 차별적인 환경에서 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들이 한국 사회에 대한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의 정체성 마저 부인된다면 “불타는 파리”가 남의 일만은 아니다. 인권과 평등의 문제는 인류의 영원한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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