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꼬집기

지난 1528호에서는 1면, 5면에 이월적립금에 대한 논란을 기획기사로 실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기사는 춘추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무색 중립’에서 벗어나 학교 측의 입장으로 한껏 기울어진 듯하다. 5면의 기사는 ‘1천 8백억 이월적립금을 등록금으로?’라는 제목에서부터 운동본부의 주장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느껴진다. 기사에서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운 학교 측의 책임은 대충 넘어간 채 운동본부의 과오를 부각시키고 있으며 마지막 문단에서는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냈다. 전체적으로 학교 측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2004년 사립대학 적립금누계총액 상위 10개 대학’을 제시한 표에서 ‘천원’ 단위를 ‘원’으로 표시해 적립금을 1/1,000로 줄여 표기한 것은 작은 실수지만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학술면의 ‘근현대 우리나라의 여성 시대를 사로잡은 그녀들’은 근현대의 여성 세 명을 다뤘는데, 왜 그들을 조명한 분야가 ‘예술’분야에 한정돼 있는지 아쉽다.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여성상을 보여줬으면 좋았을 것이고, 근현대를 스쳐간 수많은 여성 중에서 왜 미술, 음악, 문학에 종사한 그녀들을 선택했는지 짧은 멘트라도 덧붙여 설명했어야 한다.

사회면의 반을 차지한 이대앞 미용실에 대한 기사는 춘추의 사회면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 들게 한다. 춘추는 적어도 학내와 비교되는 개념으로 사회면을 편성했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면은 학교 밖을 비추는 춘추의 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단 한 면뿐인 사회면의 반을 할애해서 할 말이 이것뿐이었을까. 미용 산업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우리 사회와 이 나라는 실을 소식도 없고 사건도 없는지 춘추에 묻고 싶다. 이 지적은 비평을 하면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데 좀 더 깊이 있는 주제로 지면을 가득 채웠으면 하는 바람이고, 춘추에게 사회면은 어떤 의미인지 속 시원히 밝혀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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