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과 의료원의 책임회피로 표류하는 재활학교

“재활학교를 아시나요”
지난 9월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정기연고전 개막식에는 초록색 티셔츠를 입고 열띤 응원을 펼치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 2004년에 이어 올해 학교 측의 도움으로 정기연고전에 참여하게 된 이들이 바로 연세대학교 재활학교(아래 재활학교)의 학생들이다. 최근 통행문제로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던 재활학교 측은 “재활학교를 도와달라 ”며 학교 측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그들이 우리대학교 정문 앞까지 나와 도와달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을 들여다 봤다.


사용공간의 부족


재활학교의 전신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세브란스 소아재활원 국민학교(아래 소아재활원)’는 지체장애 아동들에게 특수교육과 재활치료를 실시하기 위해 지난 1964년 세브란스 병원 내에 설립됐다. 소아재활원은 지난 1987년 근거조문이 우리대학교 정관(아래 정관)에 규정되면서 ‘연세대학교 재활학교’로 교명이 변경됐다. 재활학교는 현재 유치부 한 학급, 초등부 여섯 학급으로 구성돼 있으며 총 63명의 지체부자유 학생들에게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재활학교는 만성적인 공간부족으로 현재 운영상 어려움에 처해있다.

재활학교는 의과대 교수실과 의학도서관, 강의실, 언어병리연구실 등과 함께 재활병원 3층에 위치하고 있다. ‘학교’가 병원의 단 한 층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공간의 협소함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0일 재활학교를 방문한 서울시 교육청(아래 교육청)의 사학진흥 사무관은 “학교의 시설이 수업공간, 휴식공간, 주차공간, 화장실 등 모든 면에서 63명의 지체부자유 학생들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스쿨버스에 리프트조차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활학교 학생회장 박성욱군의 학부모인 안선희씨는 “병원의 통로가 좁아 휠체어가 제대로 다니지도 못하며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학교에 남아 있는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 /조진옥기자 gyojujinox@yonsei.ac.kr 공간부족 문제는 재활학교 학생들의 통행을 둘러싸고 재활병원과 인접해 있는 음악대와의 충돌로까지 이어졌다. 지난 6월 초부터 음악대 측은 통행과다를 이유로 아침 9시 30분 이후 재활학교 차량의 음악대 앞 통행을 막았다. 음악대의 조처에 반발한 재활학교 측은 지난 10월 12일 우리대학교 정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어려움을 호소했다. 결국 음악대는 협상을 통해 지난 10월 13일 음악대 앞 통행을 허용하는 등 주요문제에 관해 재활학교 측과 합의서를 작성함으로써 통행문제는 일단락됐다. ▲ /조진옥기자 gyojujinox@yonsei.ac.kr

소속관계의 모호성


공간부족은 결국 재활학교의 소속이 모호해 이들을 대변하는 해결의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데서 발생한다. 재활학교의 소속은 현재 ‘의료원 산하’라는 학교의 법인사무처 입장과 ‘의료원과 관계없는 학교법인 연세대학교(아래 학교법인)의 독립조직’이라는 의료원 입장으로 엇갈리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의료원 측이 의료원 소속이었던 재활학교의 독립을 주도할 당시 ‘재활학교의 독립’만 생각했을 뿐 독립이후 재활학교를 직접적으로 맡게 될 학교법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것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활학교는 설립당시 정관 등에 그 소속이 공식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었지만, 설립이후 계속 의료원 공간을 사용해 왔고 의료원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의료원 소속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재활학교는 지난 1993년경 회계와 인사 등에서 독립적 운영이 필요하다는 서울시 교육청의 감사를 받게 됐다. 결국 지난 2001년 의료원은 교육청의 감사지적을 명분으로 ‘재활학교 독립운영에 따른 후속처리 지침’이라는 공문을 통해 재활학교를 의료원으로부터 독립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법인사무처 정병수 처장은 “감사에 나오는 ‘독립’의 의미는 재활학교의 회계와 인사를 확실히 구분하라는 의미지 재활학교를 의료원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라는 것이 아니다”며 “이는 재활학교를 학교법인 산하 독립기관으로 확정지으려는 의료원의 자의적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 처장은 “학교법인이나 이사회에서는 지난 2001년에 독립된 재활학교의 소속에 대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전처럼 의료원의 결재를 거치지 않은 재활학교의 공식문서를 취급하지 않았다”며 “재활학교가 학교법인 산하의 직속 독립기관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의료원은 재활학교를 독립시켰다고 하지만 독립 이후에 직접적인 관리책임자가 되는 학교법인은 재활학교의 독립과정에 참여치 못했던 데 문제가 있다. 이에 대해 의료원 기획실 제정환 부장은 “지난 1995년 이사회의 논의를 통해 정관 시행세칙에 특수학교 운영위원회(아래 운영위원회)를 두는 항목을 두었기 때문에 재활학교의 독립에 대해 이사회에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재활학교가 독립되기 이전인 1995년에 논의된 사항이며 운영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했기 때문에 운영위원회의 구성이 재활학교의 독립에 관한 이사회의 논의여부를 증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연세의 구성원으로서
권리 보장돼야


결국 재활학교는 학교법인과 의료원 사이의 책임 떠넘기기에 의해 독립이라기보다 ‘미아’가 돼버린 셈이다. 재활학교 박숙자 교장은 “최종책임자는 학교법인이므로 의료원과 재활학교가 분리된 이상 학교법인이 재활학교를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법인도 책임이 있으나, 이전 과정에서 학교법인과 확실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재활학교를 독립시킨 의료원 측의 책임도 있다”는 재활학교 학부모들의 말도 유념해야 한다.

학교법인과 의료원은 서로의 과실을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재활학교의 소속문제를 결정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공간문제와 관련해서는, “교육청에서 재활학교의 부지가 마련된다면 자금을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전했다”는 박 교장의 말처럼 양 측이 재활학교의 소속을 확실히 해서 부지 마련에 힘써야 한다. 이는 소속관계를 떠나 연세의 구성원으로서 재활학교 학생들이 마땅히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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