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의 대학 - 연대

“연대하면 술집과 맛집, 수많은 회사들과 상가들이 떠오른다”는 홍익대학교 이대주군(법학·05). 이군의 말처럼 오늘날 연대앞은 대학가의 모습과 도시 중심가의 모습이 혼재돼 있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맛집, 술집과 더불어 곳곳에 들어선 대형 상가와 회사. 거리를 활보하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 이처럼 더 이상 연대앞은 ‘대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다. 

 십년 전만 해도 다방과 전통 술집으로 대표되던 전형적인 대학가였던 연대 앞이 왜 이러한 모습을 띄게 된 것일까. 먼저 서울시의 구조가 변화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김찬호 강사는 “서울의 구조가 재편되면서 연대 앞은 대학로 이외에 ‘부도심’이라는 기능을 강화하게 됐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도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도심’의 기능을 일부 분담하는 ‘부도심’의 역할과, 대학가의 역할을 연대앞이 동시에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시대의 변화 역시 연대앞 문화공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학가를 상징하던 전통 술집과 다방, 서점들은 점차 사라져가고, 오늘날 연대앞을 찾는 대학생들과 직장인들의 기호에 맞는 카페와 음식점들이 그 공간을 대신하고 있다. 김 강사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연대앞 대학가를 상징하던 다방과 전통 술집, 사회과학 전문 서점들도 모습을 감췄다”고 밝혔다. 실제로 군부 독재와 민주화 시위로 상징되던 70,80년대에 많은 학생들이 찾아 사회에 대한 울분을 토로했던 전통 술집이나, 당시 대학생들에게 ‘필독서’로 통하던 사회과학 서적을 판매하던 전문 서점들 역시 민주화 정권이 들어선 9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연대앞 공간의 성쇠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연대앞 문화공간은 크게 세 공간으로 구분된다. 신촌역과 현대백화점 주변을 포함하는 역세권, 수많은 맛집과 술집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 그리고 이대와 연결되는 거리인 ‘걷고 싶은 길’이다 최근 연대앞 문화공간이 변화하면서 회사 건물과 백화점, 액세서리 상점 등을 비롯한 상가들이 모여 있는 역세권과 최근 맛집과 술집들이 많이 모이고 있는 걷고 싶은 길 주변은 전통을 자랑하는 먹자골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사람을 만날 일이 있을 때, 주로 먹자골목보다 걷고 싶은 길이나 역 근처의 카페나 음식점에서 약속을 잡는다”는 엄소연양(인문계열·05)의 말처럼 이러한 경향은 곳곳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몇몇 사람들은 이러한 모습이 지나치게 소비 지향적인 문화를 보여준다며 연대앞의 미래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김 강사는 “당분간 계속될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단순히 연대앞 문화공간에 대해 이분법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추기 위한 방편으로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혜화동 대학로와 함께 전형적인 대학가의 상징이었던 연대앞은 이제 새롭게 변해가고 있다.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일반인 모두를 끌어안는 거대 공간으로서 연대가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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